오피니언 사설

친서민 복지예산, 과연 바람직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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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부가 올해보다 5.7% 늘어난 309조6000억원 규모(총지출 기준)의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서민 희망과 미래 대비에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서민희망 예산’이란 친서민 복지(福祉) 예산이고, ‘미래대비 예산’이란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예산이다. 정부는 이 두 가지 목표를 두고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친서민 슬로건에 맞춰 복지예산을 크게 늘리자니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란 소리를 들을 것 같고, 성장동력 창출에 예산을 몰아주자니 친서민 정책에 쓸 돈이 부족할 것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고민 끝에 나온 내년 예산안은 성장보다는 복지에 치중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보건·복지·노동 분야의 지출액이 86조3000억원으로 올해보다 6.2% 늘어났고,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7.8%로 커졌다. 반면에 성장을 위한 예산(연구개발,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사회간접자본)은 올해보다 0.9%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당연히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8.4%에서 17.8%로 쪼그라들었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4대 강 사업예산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올해보다 확 줄었기 때문이다. 재정지출의 무게중심이 성장보다는 복지 쪽으로 확실히 옮겨간 것이다.

이 같은 재정운용 기조의 변화가 과연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복지지출은 당장 수혜계층의 호응은 크지만, 국민경제적 파급효과는 작고 한 번 늘리면 다시 줄이기 어렵다. 반면 정부의 투자지출은 당장 눈에 띄진 않지만 두고두고 국민경제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재정운용의 목표를 어디에 둬야 할지는 앞으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