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센카쿠 공방’] 중국 “어선 나포 사죄·배상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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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둘러싼 일본과 중국의 외교전이 제2라운드로 돌입했다.

일본 정부가 일본 순시선에 고의 충돌한 혐의로 구속했던 중국인 선장을 25일 석방한 직후 중국 외교부는 “일본은 이번 사태를 사죄하고 배상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발끈한 일본 정부는 같은 날 오후 외무성 보도관 담화를 통해 “(중국 측 요구는) 아무런 근거가 없으며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자 중국은 당일 밤 별도의 담화를 발표, “중국 측에는 당연히 사죄와 배상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거듭 맞섰다. 중국인 선장 석방 조치로 수습될 것으로 예상됐던 양국 간 대립이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성명전으로 치닫고 있다. ‘일·중 외교전’이 장기화할 공산마저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정부는 중국의 사죄 및 배상 요구에 “해도 너무 한다. 더 이상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휴일인 26일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직접 나섰다. 간 총리는 기자들 앞에 나와 “센카쿠 열도는 우리 나라(일본) 고유의 영토다. 사죄 및 배상이란 생각도 할 수 없다. (중국 요구에) 절대 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공방전 제2라운드의 기선 잡기에 나선 셈이다.

중국인 선장을 석방한 24일까지만 해도 일 정부는 낙관적이었다. 선장 석방으로 양국 관계는 정상으로 돌아갈 것으로 봤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25일 ‘사죄 및 배상’을 요구하고 나오자 주말 내내 일 정치권은 “가만 있을 수 없다”며 부글부글 끓었다.

일 정부의 노선도 “냉정하게 대처하되, 맞설 것은 강하게 맞선다”는 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우선 일본 내 여론이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25일에는 한 시민이 총리 관저 앞에서 중국인 선장 석방에 항의하며 칼을 꺼내다 체포됐다. 26일에는 우익 성향의 일본인이 나가사키(長崎)현의 중국 영사관에 조명탄을 던졌다. 내각 지지율도 “이번 사태로 10~20%는 떨어졌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 고위 관료들의 발언 수위도 25일을 기점으로 높아지고 있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민주당 간사장은 “중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건 모두 다 알고 있지만, (이번 일로) 그게 더 명백하게 드러났다”고 중국을 직접 비난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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