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 아시아 소녀 축구] 동서양 체격 조건 17세 이하는 엇비슷 … 조직력은 되레 앞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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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국과 일본 누가 이기든,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여자 월드컵 우승은 아시아 차지다. 한국·일본·북한 등 이번 대회에 출전한 아시아 3개국이 모두 4강에 들었다. 2008년 U-17 여자 월드컵 초대 챔피언이 북한이었으니 두 대회 연속 아시아가 정상이다. 아시아 소녀축구는 왜 강할까.

한국의 여민지(17·함안대산고), 일본의 요코야마 구미(17) 등 천부적인 재능의 선수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들은 양국이 공동 개최한 2002년 월드컵을 보며 축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월드컵 열기를 몸으로 느낀 이들 세대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자질이 뛰어난 선수들이 대거 여자 축구에 입문했다. 최덕주 한국 U-17 여자대표팀 감독처럼 선진 축구를 경험한 지도자들의 체계적인 지도도 한몫했다.

북한은 좀 다르다. 북한 체육당국은 ‘적은 투자로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효율적인 종목’이라는 판단에서 여자축구를 정책적으로 육성했다. 평양시에만 성인 여자축구팀이 6개일 만큼 저변도 넓다. 유망주를 조기 발굴해 키우는 시스템도 갖췄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일본·북한은 기술면에서 유럽·남미·아프리카 팀에 전혀 뒤지지 않았다. 아시아 특유의 세밀함에다 반복훈련을 통해 닦은 조직력까지 더해지면서 다른 대륙을 압도했다.

아시아의 이런 성과가 성인 무대로 이어지려면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여자 월드컵(성인)의 경우 1999년 중국이 준우승한 이후로 아시아 국가는 한 번도 4강에 오르지 못했다. 한국은 내년 독일 여자 월드컵 본선 진출도 좌절됐다. 장지현 SBS 축구 해설위원은 “17세 때는 동서양 선수들의 신체적 차이가 크지 않다. 그러나 연령이 높아질수록 체력·체격 차가 커진다. 여민지와 지소연(20·한양여대)이 성인 무대에서도 세계적인 선수가 되려면 체격적 열세를 극복할 수 있도록 체력을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인의 노력과 함께 체계적이며 꾸준한 투자 역시 꼭 필요하다. 국내 여자축구팀은 2005년을 정점으로 줄어들고 있다. 서울의 경우 여자 초등학교 축구팀이 1개에 불과하다. 그간 여자축구의 자양분 역할을 해왔던 2002년 월드컵 잉여금 지원도 끊어졌다. “자칫하면 한국 여자청소년 축구의 성과가 일회성 돌풍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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