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 김재현 ‘2년 전 우승 재현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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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2009년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 김재현(35·SK·사진)은 “한 시즌만 더 뛴 후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뒤 눈시울을 붉혔다. 비장한 각오였다. 하지만 2009년 SK는 KIA에 패권을 내주고 2위에 머물렀다. 올 시즌 김재현은 “2010년 한국시리즈가 내 마지막 무대”라고 은퇴 의사를 재차 표명했다. “여전히 쓸 만한 타자”라는 김성근 SK 감독의 만류에도 그는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하고픈 마음에서다.

SK는 막판까지 삼성에 추격당하다가 정규시즌 1위를 확정지었다. 김재현은 23일 “두 번 다시 지난해 한국시리즈 7차전(SK의 5-6 역전패)과 같은 괴로움을 겪고 싶지 않다. 마지막 한국시리즈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더 열심히 뛰겠다”고 비장하게 말했다.

주장 김재현의 모습은 후배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SK 에이스 김광현은 23일 “올 시즌이 끝난 뒤 ‘한 남자’가 SK를 떠난다. 김재현 선배의 마지막 경기가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도록 열심히 던지겠다”고 말했다.

후배의 한마디에 김재현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후배들이 그런 마음을 가진 것이 고맙고 기쁘다. 책임감을 심어주는 것 같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해야 마음 편하게 그라운드를 떠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나를 믿어준 후배들과 기쁨의 포옹을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큰 경기에서는 김재현 같은 베테랑 선수가 절실히 필요하다. 경기장 안팎에서 그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재현은 2007년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바 있다. 이심전심. 김 감독과 함께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2007, 2008년)과 한 차례의 준우승(2009년)을 경험했던 김재현은 “내 역할은 집중력을 갖고 경기에 나서는 것이다. 더그아웃에서는 후배들이 위축되지 않도록 격려하겠다”고 화답했다.

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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