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9월 강수량 사상 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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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전날인 21일 하루에만 259.5㎜의 비가 퍼부은 것을 비롯해 올 9월 서울에는 102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서울지역에 내린 비는 모두 656㎜로 1908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9월 강수량으로는 최고를 기록했다. 한 달이 채 가기도 전에 종전 기록인 90년 9월의 570.1㎜를 훌쩍 뛰어 넘은 것이다. 특히 전국 연평균 강수량(73~2009년 평균)인 1334㎜의 절반 가까운 비가 채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내린 셈이다. 이달 강수량이 유난이 많긴 하지만 사실 9월 강수량은 70년대부터 꾸준히 증가세다. 기상청이 전국 60개 관측지점에서 체계적인 관측을 시작한 73년부터 79년까지 9월 강수량은 평균 112.5㎜였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171㎜로 52%가 늘었다.

9월 폭우는 21일뿐만 아니라 이달 9~12일 나흘간 249㎜의 비가 내린 경우처럼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에서 내릴 때가 많다. 북쪽에서는 찬 대륙고기압이 내려오는데도 북태평양 고기압이 쉽게 물러가지 않고 버티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두 기단 사이에 강한 비구름대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기상청 정준석 기후예측과장은 “21일 폭우는 언뜻 비구름이 서울과 수도권에 계속 머무르며 비를 뿌린 탓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비를 뿌린 구름이 소진돼 사라진 빈 자리를 새 구름이 들어와 계속 채우는 식이어서 비가 특히 많이 내렸다”고 설명했다.


강수량이 넓은 범위의 여름철인 6~9월에 집중되는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70년대에서 2000년대로 오면서 전국의 연평균 강수량은 13.9% 증가한 데 비해 6~9월 강수량은 34.5%나 늘었다. 반면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의 강수량은 15.3%가 줄었다.

부경대 오재호(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여름철에 내리던 소나기가 봄과 가을에도 나타나는 식으로 비의 형태가 바뀌고 있다”며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대기중에 존재하는 수증기가 크게 늘어난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또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로 여름이 길어지면서 소나기의 강수량이 장마철 강수량보다 많아진 만큼 6~9월 전체를 ‘우기(雨期)’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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