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뒤늦게 꼬투리 …” 청와대 불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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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식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야권이 ‘전방위 공세’로 방향을 바꾸자 청와대는 당혹했다.

공식 발표는 자제했지만 민주당의 태도 돌변에 배신감 섞인 반응까지 보였다. 한 고위 관계자는 23일 “민주당 정권에서도 없었던 전남 출신 총리 후보자를 지역 화합 차원에서 냈고, 그 과정에서 민주당과 대화도 많이 했는데 뒤늦게 꼬투리를 잡으니 민주당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다른 핵심 참모도 “민주당이 ‘봐주기 청문회’를 우려한 여론의 역풍과 흥행이 안 되는 전당대회 때문에 정치적 일관성을 버리고 갑자기 강공으로 돌아섰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박지원 비상대책위 대표가 김 후보자를 병역을 면제받으려고 치아를 뽑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가수 MC몽과 비교한 데 대해서도 한 참모는 “김 후보자가 시력을 악화시키려고 일부러 자기 눈을 찌르기라도 했다는 말이냐”고 반박했다.

청문회를 책임진 총리실엔 비상이 걸렸다. 지난 16일 임채민 국무총리실장 등 총리실 간부들과의 첫 상견례에서 “내가 뭐 신상에서 크게 문제될 게 있나”라고 했던 김 후보자는 휴일인 23일 오전 출근해 꼼꼼하게 청문회 예상 쟁점을 들은 뒤 “이 부분을 보완합시다”고 지시했다고 한다. 임채민 실장은 이수원 정무운영비서관과 함께 국회 인사청문특위로 직접 달려가 협조를 부탁했다.

총리실은 2008년 9월 감사원장 청문회 때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한 김 후보자의 발언자료까지 배포했다. 김 후보자는 당시 “나는 이른바 재테크를 잘 모른다. 지금 소유한 주택도 분양받아 25년간 살고 있고 재판에 영향을 미쳤다는 오해를 살까 봐 주식 거래도 일절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장녀 결혼 비용 2억원을 누이들에게서 빌린 데 대해선 “딸 아이 결혼식 땐 청첩도 안 보내고 축의금도 받지 않았다. 예금을 찾아서 결혼 비용을 충당하려 했다”며 “이런 사정을 안 누님들이 동생을 배려해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력 문제로 병역 면제를 받은 데 대해선 “지금도 비서관이 안약을 항상 지니고 있으며, 제 눈은 3개월마다 점검을 해야 한다”며 “내 아들은 체중 41㎏으로 입대해 강원도 양구에서 현역 복무했다”고 했다.

채병건·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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