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여전히 썰렁한 설 민심 제대로 살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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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설연휴를 맞아 여야 의원들이 귀향활동을 벌였다. 정책 반영을 위한 민심수렴의 좋은 기회였다. 특히 이번 설만큼 전 국민의 관심이 경제 하나에 집중된 적도 거의 유례가 없다. 그만큼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장의 목소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 소리를 정책에 실질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여야의 진지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행히도 그 중요성을 인식했음인지 이번 설에는 여야 정당이 해마다 만들었던 '상대당 비난 홍보책자'도 만들지 않았다. 대신 의원들은 저마다 수첩과 볼펜을 꺼내 들고 민심을 받아옮기기에 바빴다고 한다.

의원들이 전하는 설 민심은 전반적으로 경제 침체에 따른 썰렁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물론 지역에 따라, 혹은 민심을 전하는 의원들의 여야 구분에 따라 현실인식의 차이는 조금 있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최악이라고 말하는 반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여야가 경제에 매진해 달라는 민심의 주문은 다르지 않았다. 한 의원은 "만나는 사람마다 경제 얘기를 하다보니 이번엔 지역민원이나 개인민원을 거의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 정도로 경제살리기에 대한 주문강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경제살리기를 위해 정치권이 소모적 정쟁을 중지하라는 경고도 쏟아졌다고 한다. 여야 모두가 경제회생을 약속했지만 그 약속을 믿을 수 있도록 행동하라는 주문이다. "먹고 살아가는데 당장 지장을 주지않는 국가보안법이니 과거사법 같은 것에 정치권이 매달리지 말아달라" "여든 야든 벌써부터 대권이니 뭐니 하는 얘기도 삼가달라"는 소리도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설 민심을 종합해 보면 공론 정치를 접고 실용 정치를 펼쳐 경제부터 살려내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여야가 모두 숱하게 다짐해온 내용과 다르지 않다. 문제는 실천이다. 현장에서 확인한 민심의 소리를 또다시 외면할 경우 민심이 분노로 돌변할 수 있다는 점을 잘 헤아리기 바란다. 경제가 살아난다는 홍보와는 달리 현장의 체감온도는 여전히 썰렁하다는 현실도 직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