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소재산업도 ‘샌드위치’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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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반면 일본과의 교역은 여전히 수입이 훨씬 많다. 지난해 수출은 102억 달러, 수입은 303억 달러로 201억 달러의 적자를 냈다. 그동안 수입 다변화 정책에 따라 일본산의 비율은 2001년의 28.2%에서 지난해에는 25.3%로 약간 줄었다. 하지만 규모는 배로 늘었다. 아직까지 중국에 수출해 번 돈으로 일본과의 적자를 메우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최근엔 이런 삼각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자체 생산능력이 커지고 있다. 시장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이기도 하지만, 중국 정부가 제조업에서 자국산 부품·소재 사용을 장려하는 정책(바이 차이나)을 추진한 결과이기도 하다. 2008년엔 한국이 수입한 부품·소재 가운데 중국산의 비율이 처음으로 일본산을 제치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대만의 약진이 눈에 띈다. 지난해 중국이 많이 수입한 부품·소재 20개 품목 가운데 8개에서 한국과 대만이 1, 2위를 놓고 경합을 벌였다. 대만 외에도 세계적인 부품·소재 기업이 중국 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중국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어 경쟁은 날로 심해질 전망이다.

부품·소재 산업에서도 자칫 ‘샌드위치’ 신세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커질 대로 커진 상황이다. 이로 인한 타격은 심각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일본과 독일이 버티고 있는 핵심 분야 진출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한다. 올해부터 시작된 ‘20대 핵심 부품·소재’ 육성사업이나 ‘세계시장 선점 10대 핵심소재(WPM)’ 개발 등은 이 같은 맥락에서 추진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핵심 기술만 가지고 살 수는 없다. 현재 수출 효자품목인 부품·소재 산업은 대부분 범용제품인 만큼 이를 살릴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업기술평가관리원 김윤명 부품·소재팀장은 “개발도상국들의 산업 수준을 평가하고 미래에 중요해질 분야를 미리 선점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최현철·권호·김경진·권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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