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영상으로 들어보는 우리 시대 작가들의 생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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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호 07면

올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태국의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의 영상Primi ti ve - Letter to uncl e boonmee 01

미디어가 작가들의 ‘붓’이 된 지도 오래다. 하지만 그 붓은 아직 생소하다. 한자리에 진득히 앉는 수고로움을 조금만 감내한다면,
그 붓은 신기한 소리와 새로운 영상을 통해 못 보던 세상을 열어준다.
올해 서울국제미디어아트 비엔날레에는 21개국 45팀이 내놓은 사진·영상·설치 등 60점의 다양한 미디어 작품을 볼 수 있다. 총감독을 맡은 김선정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미디어의 확장으로 정보는 왜곡되고 메시지는 불투명해지고 있다”며 “이런 사회에서 역사와 진실은 어떻게 재현될 수 있을지 알아보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시립미술관 본관 전시장에 들어서면 입구에 서 있던 여성이 갑자기 말을 건넨다. 그날 신문의 머리기사 제목이다. 느닷없는 말 걸기에 어떤 사람은 깜짝 놀라고,
누구는 재미있어 하며 각양각색으로 반응한다. 이런 관객의 리액션까지 합쳐져 티노 세갈의 퍼모먼스 작품 ‘이것은 새롭다’는 비로소 완성된다.

뚜안 앤드루 응우옌의 힙합의 역사_레드 리믹스(2008), bicycle, custom-built speaker, mp3 player, on loan by the artist

이스라엘의 작가 미키 크라츠만의 사진은 얼핏 보면 접경지역 사람들의 모습을 찍은 평범한 사진이다.

하지만 그가 저격용 특수렌즈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보면 사진 한가운데 있는 사람이 정조준된 듯한 느낌이 충격으로 다가온다.

갤러리 현대에서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사라 모리스의 영상 작품 ‘베이징’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의 베이징을 소재로 했다. 베이징의 화려한 모습과 감춰진 그림자를 84분간 보여준다.

한·중·일 작가들이 함께 만든 ‘시징맨’은 북경·남경·동경은 있지만 서경은 없다는 데 착안한 작품이다.

가상도시 시징(서경)을 만들고 올림픽이 열리게 된 시징의 이야기를 영상과 사진, 설치물로 꾸몄다.

2010 에르메스재단 미술상을 수상한 양아치는 비둘기에 빙의된 현숙씨를 주인공으로 한 ‘밝은 비둘기 현숙씨’의 정동 버전을 선보였고,

올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태국의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은 영상 ‘프리미티브’를 내놓았다.

월요일은 휴관하지만 추석 연휴와 개천절에는 문을 연다. 입장료는 없다.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사무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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