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란 제재, 불가피했지만 기업 피해 최소화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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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사실 이란 제재 문제는 명분(名分)과 실리(實利)라는 상반된 목표를 동시에 충족시켜야 하는 한국 외교의 난제(難題)였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에 최대한 동참한다는 명분을 저버릴 수 없는 가운데 이란 제재에 따른 국내 기업의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실리 또한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이란 제재안은 정부가 명분과 실리를 놓고 오랜 고심 끝에 고른 차선의 선택이다.

정부는 이번 제재안을 통해 일단 국내기업의 이익보다 국제사회의 비핵화 원칙 준수가 우선한다는 판단을 했다. 여기에는 북핵 문제와의 형평성과 함께 이란 제재에 앞장서온 미국과의 동맹관계에 대한 고려가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정부의 이 같은 외교적 고민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에 따라 내놓은 이번 이란 제재안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이란 제재를 둘러싼 그간의 논란을 접고, 경제적 손실 가능성을 무릅쓰고 강도 높은 이란 제재를 선택한 한국의 비핵화 노력이 국제사회에서 충분히 인정받도록 하는 데 외교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이란과 거래하는 국내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해야 한다. 우선 멜라트은행의 영업정지 이후 정상적인 수출입 거래마저 중단되지 않도록 수출입 대금의 대체 결제 창구를 조속히 개설해야 한다. 또 이번 제재로 이란과의 교역이 급격히 위축되거나 무역거래가 장기간 단절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이번 제재로 이란과의 경제협력이 영원히 중단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외교에 영원한 적과 동지는 없다. 그 선택의 잣대는 국익(國益)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