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의 투자 ABC] 거래량과 주가 동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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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요즘 주식 거래가 좀 뜸해졌다. 지난달 말부터 하루 거래량이 3억 주 안팎에 머물고 있다. 올 상반기에 하루 평균 4억 주 내외가 거래됐던 것에 비하면, 거래가 상당히 한산해졌다. 이로 인해 주식을 살까 말까 머뭇거리는 투자자가 많아진 것 같다. ‘거래량이 많아야 주가가 강세를 보인다’는 걸 투자의 정석처럼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량이 많아야 주가가 오른다’는 것은 나름 일리가 있다. 거래량이 많다는 것은 주식 시장에 관심을 둔 투자자가 많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수급이 좋아져 주가가 오른다는 논리다. 실제 몇몇 투자 입문서도 같은 얘길 하고 있으니, 이렇게 전략이 통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개미 투자자가 많은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시장이 기대했던 대로 움직인다면, 주식 거래로 손해를 보는 투자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시장은 기대나 투자원칙과는 다르게 움직일 때가 많다. 2003년 이후를 보면, 거래량이 줄어드는데도 지수나 주가는 슬금슬금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거래량이 확 늘면 주가는 얼마 못 가 떨어지곤 했다. 왜 그럴까. 이는 대부분의 개미 투자자가 주가와 관련한 정보 취득과 판단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거래량이 줄었는데도 주가가 오르는 것은, 정보를 먼저 얻은 프로급 투자자들이 앞장서 주식을 사들인 데 따른 경우가 많다. 시간이 흐르면 개미들도 같은 정보를 알게 돼 삼삼오오 주식을 산다. 그러면서 거래량이 늘고, 주가도 더 오른다. 개미보다 앞서 주식을 샀던 선수들은 이 틈을 타서 여유 있게 주식을 팔고 나가고, 이내 주가는 떨어지게 된다.

결국 거래량이 늘 때보다 거래량이 줄면서 가격이 오를 때가 더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이 또한 주가지수나 안정적인 대형주에만 통하는 얘기라는 점이다. 가격 진폭이 큰 소형주들은 거래량을 살피기보다 기업의 실적 전망이 얼마나 탄탄한가 하는 ‘펀더멘털’을 찬찬히 뜯어보고 저평가된 우량주에 장기 투자하는 게 낫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 상황일까. 유가증권 시장에서의 거래량은 줄었는데 지수는 표나지 않게 조금씩 오르고 있다. 이는 주가가 ‘더 오른다’는 신호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 들어 남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불거질 것이란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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