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살왕’ 출신 김영권, 조광래팀 ‘수비왕’ 예약이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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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김영권(오른쪽). [중앙포토]

이정수(알사드)의 공격력과 조용형(알라이안)의 경기 조율 능력, 곽태휘(교토상가)의 축구 지능을 합쳐놓은 선수. 한국 축구가 꿈꾸는 수비수다. 이런 가정을 현실로 만들어 줄 꿈나무가 조광래팀에서 자라고 있다.

일본 J리그에서 뛰고 있는 김영권(20·FC 도쿄). 그는 1m87㎝로 곽태휘(1m85㎝)보다 키도 크고 몸의 균형도 잘 잡혔다. 게다가 그는 선배들에겐 없는 특별한 경험이 있다. 전주대 시절 풋살(5인제 실내축구) 선수로 뛰면서 매서운 공격력과 세밀한 기술을 익혔다.

2008년 대학에 입학한 김영권은 좋긴 하지만 뭔가 부족한 선수였다. 전주대 축구부 정진혁 감독은 당시의 김영권에 대해 “키가 큰데도 발이 빠르고 몸이 잘 빠졌다. 머리도 좋고 축구 감각도 뛰어났다. 하지만 기술이 다른 선수에 비해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정 감독은 자신이 감독을 겸임하고 있는 전주대 풋살팀에서 뛸 것을 권했다. 김영권은 처음에 난색을 표시했다. 부상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기술을 키울 수 있다”는 정 감독의 거듭된 말에 풋살에 입문했다.

김영권은 풋살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풋살은 골키퍼를 뺀 4명의 선수가 공격과 수비를 모두 해야 한다. 수비수 출신인 김영권은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보였다. 그는 첫 출전 대회였던 2009 대한축구협회 풋살리그에서 득점왕에 오르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정 감독은 “영권이는 똑똑한 선수라 풋살의 메커니즘을 금방 익혔다. 공격에서는 세밀한 볼 터치가 필요한데 풋살을 하면서 그런 능력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풋살 국가대표로도 뽑혀 2009년 10월 열린 베트남 실내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김영권은 “기본적으로는 풋살과 축구가 다르지 않다. 다만 풋살은 좁은 공간에서 하기 때문에 압박이 심하고 속도가 빠르다. 빨리 판단하고 정확히 패스해야 한다”고 말했다.

축구 국가대표팀 조광래 감독은 자신의 A매치 감독 데뷔전이던 지난달 11일 나이지리아전 때 세 명의 어린 선수를 선발로 세웠다. 전방의 조영철(21·니가타)과 중원의 윤빛가람(20·경남), 후방의 김영권이다. 스리백의 왼쪽 수비수로 나온 김영권은 자신의 A매치 데뷔전에서 풀타임을 뛰며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특히 그는 날카로운 패스와 섬세한 컨트롤을 뽐냈다. 후반 22분쯤 48초 동안 18번의 패스가 물 흐르듯 연결된 상황의 출발점이 김영권이었다. 길게 넘어온 높은 공을 왼발을 올려 잡은 그는 전방의 이영표에게 송곳처럼 찔러 줬다. 그는 “트래핑과 패스 모두 풋살에서 배운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이란전(7일·서울월드컵경기장)을 앞둔 김영권은 “나이지리아전 때는 (이)정수 형과 (곽)태휘 형이 잘 해줘서 편하게 뛰었다”며 “이란전에서도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욱 좋아진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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