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훈의 마켓뷰] ‘두 얼굴의 경제지표’ … 일희일비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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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롤러코스터가 따로 없다. 요즘 글로벌 증시가 그렇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한다. 고용·주택·성장 지표의 연이은 추락으로 더블딥 경고음이 울리는가 하면, 제조업 쪽에서는 회복 신호가 나왔다. 세계 주가지수는 그에 맞춰 출렁거렸다. 고상하게 말해 ‘변동성 확대’고,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이런 흐름은 3분기 실적이 가시권에 들어오기 전, 그러니까 추석 연휴 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의 마음을 이끌 이렇다 할 ‘거리(발음으로는 ‘꺼리’)’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9월 증시에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경제지표가 가진 특성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경제지표는 똑같은 수치를 놓고도 보기에 따라 호재냐, 악재냐 하는 판단이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양면성·시차성 등 경제지표가 지닌 특징 때문이다.

먼저 양면성부터. 동전의 양면과 같이 경제지표는 긍정적인 사실과 부정적인 사실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발표되는 시점의 투자심리가 어떤지에 따라 부정적으로 해석될 수도,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불안감이 팽배한 상황이라면 부정적인 게 부각될 것이고, 낙관적 분위기가 대세라면 긍정적인 면에 돋보기를 들이댈 것이다.

예를 들어 7월 미국의 일자리 증감을 보자. 정부가 일자리를 줄여 전체 고용은 감소했지만, 민간 부문에서는 일자리가 꾸준히 늘고 있다. 민간기업들이 경기 전망을 밝게 보고 투자를 한다는 뜻이다. 이게 긍정적인 뉴스일까, 아니면 반대일까. 하여튼 발표 당시 시장은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둘째 특징인 시차성은 통계를 내는 데 시간이 걸리기에 생기는 것이다. 요즘 발표되는 지표는 대부분 1~3개월 전 수치다. 이 때문에 과거의 수치가 현재를 나타내는 것으로 투자자들이 오인하는, 일종의 착시 현상이 생길 수 있다. 물론 과거를 갖고 현재를 판단하는 게 크게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경기가 상승 또는 하락 추세에 있을 때는 이런 해석이 유용하다. 하지만 경기가 뒤바뀌는 변곡점에 있다면 오류가 생긴다.

경제지표의 일반적인 속성도 고려해야 한다. 성장률·실업률 같은 실질 지표와, 미국 지역 연방준비은행들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업황과 전망을 설문하는 ‘지역연준지수’ 같은 ‘서베이지수’를 구분해야 한다.

서베이지수는 그때그때 경제·심리 상황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변동성이 특히 심하다. 예를 들어 지난달 말 발표된, 지역연준지수의 하나인 필라델피아 제조업 지수 8월치를 보자. 제조업체들은 ‘8월 경기가 영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달 초에 나온 미국공급자관리협회(ISM)의 제조업지수는 ‘생산이 늘었다’는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이렇게 경제지표는 하나만 보고 일희일비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쩌랴. 요즘 투자자들은 그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그것도 지난달엔 지표의 양면성 중에 부정적인 쪽만 확대해 보고 ‘비관적 해석’에 따라 움직인 측면이 강했다.

이달엔 어떨까. 일단 마수걸이는 좋다. 앞서 말한 미국의 ISM제조업지수가 좋게 나왔고, 지난 3일에는 미국 소매점 판매가 12개월째 증가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글로벌 증시의 흐름이 좋았다. 이런 추세가 경제지표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켜 보던 투자자들의 심리를 긍정적 해석 쪽으로 돌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정영훈 한화증권 리서치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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