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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원조 더 확대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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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우리나라의 개발도상국 무상원조를 전담하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현지 사무소장으로 2000년부터 2년간 남미의 페루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최근 9년 만에 다시 찾은 페루에서 대외원조가 주는 경제적인 효과를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대외원조가 가진 ‘무형의 가치’를 볼 수 있는 기회였다.

1990년대 초부터 KOICA는 페루 수도 리마 근교의 빈민촌인 카야오 와 코마스에 제1, 제2 의료센터를 건립한 것을 기점으로 페루에 대한 무상원조를 본격 추진했다. 지금 페루에는 현대와 삼성 등 한국 기업이 대거 진출해 있다. POSCO건설이 열병합발전소를 수주했고, 석유공사는 콜롬비아와 함께 페루 정유회사를 인수했다. 한국과 정반대편에 있는 페루에서 이처럼 우리 기업들이 활발하게 무역활동을 펼칠 수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기업들의 노력이 결정적이지만 성공적인 무상원조가 한국의 좋은 이미지를 전달했고 국가브랜드를 제고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바로 무상원조를 통한 한국의 ‘스마트 파워’를 키운 결과다.

우리나라의 대외원조는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의 대외원조 권고치인 국민총소득(GNI) 대비 0.7%에 비해 크게 부족한 수준이다. 정부는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를 2015년까지 GNI 대비 0.25%로 증액시킨다고 발표했다. 국민들이 1년에 2000원·3000원짜리 커피 한 잔만 안 마시면 우리는 DAC 회원국 평균 규모의 원조를 할 수가 있다.

국제사회에서의 국가브랜드 가치와 이미지를 제고하고 국격을 높이는 일은 구호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행동으로 실천하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 대외 무상원조, 그 가치와 의미를 인식해 우리 모두가 대외원조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최원식 KOICA 홍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