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이 지난달 12일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위한 ‘3불(不)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KT 제공]
KT의 성과공유제는 지난해 처음 실시됐다. 협력업체가 유망한 아이디어를 내면 이를 지원하고 공유하는 제도다. 성과공유제와 함께 수많은 상생 정책이 지난해 이석채 회장의 취임과 함께 시작됐다. 현직 검사를 윤리경영실장(정성복 사장)으로 영입했고, 공사를 담당하는 협력사들을 정예화했다. 회사 이름만 걸어놓고 공사를 수주한 후 다시 재하청을 주는 유령회사(페이퍼 컴퍼니)들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협력사에 대한 평가 항목을 계량화하고, 그 점수를 공개했다.
또 최저가 입찰제 대신 일물복수가를 채택했다. 전에는 가장 낮은 가격으로 입찰한 회사가 무조건 입찰에 성공했지만, 이제는 KT가 내부적으로 산정한 목표가격 이내에만 들면 최저가와 관계 없이 입찰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공짜 점심은 없다. 구매비용을 너무 낮추면 앞으로 남고 뒤로는 유지·보수 비용 때문에 오히려 손해가 된다”는 이 회장의 신념 때문이었다. 지난해 벤처기업 송년회에서 한 중견기업 대표가 “과거에는 KT가 가격만 내리려고 해 울며 겨자 먹기로 원가 아래로 입찰했었다지만 이제는 연구 개발할 의욕이 생겼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들어 KT는 상생의 고삐를 더욱 바짝 죄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달 1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소기업의 자원이 KT로 인해 낭비되지 않게 하고 ▶기술개발 아이디어를 가로채지 않으며 ▶중소기업과 경쟁환경을 조성하지 않겠다는 ‘3불(不) 정책’을 선언했다. 상생을 제도가 아닌 문화로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다.
박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