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선박사의 두살호흡] 입으로 숨쉬면 키 안크고 스트레스 많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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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으로 보이는 김O태(11)군이 어머니의 손에 끌려 한의원을 방문했다. 얼굴을 보니 아래턱이 조금 나왔고, 눈밑에 다크서클도 보인다. 아이는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부산하고 쉽게 짜증을 냈다. 코를 킁킁대고 틱 현상마저 보였다. 나이에 비해 키도 작은 편이었다.

한눈에도 입호흡을 한다는 사실이 얼굴에 드러난다. 사람은 원래 코로 숨을 쉬어야 한다. 코는 크게 두 가지 기능을 한다. 우선 세균과 먼지를 걸러내는 공기청정기 역할을 한다. 공기에 떠다니는 먼지는 코털이 가득한 비강을 거치면서 깨끗해지고 점액에 붙어 밖으로 배출된다. 가습기의 기능도 있다. 건조하거나 찬 공기가 직접 폐로 들어오면 산소교환장치인 폐포가 망가진다. 따라서 코로 들어온 공기는 순간적으로 75~95%의 적당한 습도와 섭씨 37도의 온도로 바뀌어 폐로 전달된다.

입으로 호흡하면 이런 과정이 생략될 수밖에 없다. 쉽게 감기에 걸리는 이유다.

입호흡은 성장기 어린이에게 더 큰 문제를 유발한다. 제대로 키가 크지 못하는 것이다. 키를 키우게 하는 것은 성장호르몬이다. 그런데 이 호르몬은 상황에 따라 분비되는 양이 달라진다. 운동을 한 직후, 깊은 숙면을 취할 때,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기분 좋은 상황에서 듬뿍 분비된다. 하지만 입호흡을 하면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운동을 게을리하니 성장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될 리 없다.

김군의 성장이 느린 것은 당연한 결과였던 것이다. 게다가 아이는 짜증이 많고, 심하면 난폭해진다. 뇌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해 집중력이 떨어지고, 가슴이 답답해 안절부절못한다. 이런 환경에서 학교 성적이 좋을 수 없다. 실제 본원에서 2008년 병원을 찾은 입 호흡 청소년(6~18세) 1312명을 조사한 결과, 성장 부진을 겪는 아이는 50.3%(660명), 정서불안·학습부진·산만한 아이는 30.2%(396명)로 나타났다.

입호흡을 하는 저성장 어린이에겐 한 가지 처방만으론 ‘따라잡기 키 크기’를 실현할 수 없다. 코질환을 치료하면서 성장을 돕는 약재를 가감해야 한다. 코 알레르기와 같은 코막힘을 치료하면서 뼈를 튼튼하게 하는 녹용, 그리고 면역력을 높여주기 위한 계지·황기·교이· 금은화 등을 활용한다.

영동한의원 코알레르기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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