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집시 강제 추방’ 종교인들까지 비판 가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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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심장마비가 일어나라고 기도합니다.”

저주의 발언을 한 장본인은 니콜라 사르코지(55) 프랑스 대통령의 정적도, 개인적 원한을 가진 사람도 아니었다. 프랑스 동북부 도시 릴의 가톨릭 사제였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에 따르면 생마르탱 성당의 사제 아르튀르 에르베(71)는 22일(현지시간) 일요 미사가 끝나갈 무렵 이 같은 악담을 퍼부었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로마(집시) 추방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발언이 논란을 빚자 그는 “대통령이 죽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며, 신이 그의 심장에 말을 해주기를 바란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프랑스 정부의 로마 강제 추방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정치인과 지식인들이 “외국인 혐오를 부추기는 야만적인 정책”이라며 정부를 공격한 데 이어 종교인들까지 비판의 대열에 합류했다. 프랑스 정부는 최근 210여 명의 로마를 루마니아로 추방했으며 이달 말까지 800여 명을 추가로 내쫓을 계획이다.

엑상프로방스의 대주교 크리스토프 뒤푸르도 일요 미사에서 “정부는 프랑스에 살기에 적합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며 “이런 인간에 대한 차별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성서는 인간의 차이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예수는 민족과 언어를 초월해 인류를 하나로 연결했다”며 간접적으로 사르코지 대통령의 로마 추방조치를 거론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로마=집시를 일컫는 유엔 등 국제기구의 공식 호칭이다. 집시에는 ‘이집트에서 온 사람’이라는 잘못된 뜻이 담겨 있기 때문에 이들이 자신들에게 붙인 로마라는 명칭을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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