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 월급 간 큰 씀씀이 빚진 사법연수원생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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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내년 2월 사법연수원을 졸업하는 30대 金모씨는 현재 6천2백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

7년의 시험 공부 기간에 여러 사람에게 진 신세를 갚고 좀 여유롭게 살기 위해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이래저래 쓰다 보니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金씨는 "나보다 더 빚을 많이 진 연수원생도 적지 않다. 수년간 기본적인 소비 생활만 하다 갑자기 씀씀이가 커진 탓"이라고 후회했다.

연수원 1년차인 李모씨의 경우 1년도 안돼 마이너스 통장 대출의 한계인 1억원을 다 썼다. 그는 "승용차와 컴퓨터 등을 구입하는 데 목돈이 들어가고 단란주점에서 자주 '합격 축하주'를 마시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사법연수원생 가운데 상당수가 연수원 생활 동안 거액의 빚을 진다. 실수령액이 60만∼80만원에 불과한 '쥐꼬리' 월급에 비해 소비 수준이 너무 올라간 탓이다.

과도하게 빚을 진 연수원생들은 이를 갚기 위해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다. 별정직 공무원 신분임에도 공무원법 상의 영리행위 금지 규정을 어기고 학원 강사로 활동하거나, 변호사 사무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올들어 사법연수원생 2명이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학원에서 몰래 강의하다 적발돼 징계받기도 했다.

금융기관들은 '예비 법조인'이라는 확실한 신분 때문에 연수원생들에게 마구 돈을 빌려줘 과소비를 부추긴다.

윤창희 기자

thepl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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