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 OB인 홀에서 드라이버 잡는 용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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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기업체 사장님들이 들으면 펄쩍 뛰겠지만, 사실 비즈니스는 그리 어려운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비즈니스건 그 해답은 이미 나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장 흔한 해답 중 하나는 '입장 바꿔' 생각하는 것이다. 즉 사업가의 입장이 아닌 고객의 입장에서 물건을 만들고, 서비스를 하면 그 사업은 성공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다. 또 사업 파트너와도 '입장을 바꿔' 상대방 입장에서 실마리를 풀어나가면 막힐 일이 별로 없을 것이다. 결국 사업에 실패한 사람들은 그 뻔한 해답조차 모르거나, 알고도 실행하는 능력이 없는 경우로 볼 수 있다.

골프도 그와 같다. 골프도 입장 바꿔 생각하면 좋은 스코어를 내는 해답이 나온다.

골퍼의 상대방은 코스다. 따라서 '코스 입장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면 플레이 방법이 나온다.

예를 들어 양옆이 OB인 홀을 분석해 보자. 그 홀에서 골퍼들 대다수는 오로지 자신의 입장에서만 홀을 공략한다.

"내리막에 양옆이 OB다. 이런 홀에선 필경 동반자 중 한명 이상이 OB를 낼 것이다. 그때 내가 파를 잡으면 그야말로 대박. 나도 떨리지만 한 밑천 잡으려면 드라이버를 잡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생각을 하는 골퍼들은 십중팔구 자신부터 미스샷을 내게 마련이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언제나 타인의 불행만을 생각하는 게 골퍼들. 그렇다면 '코스의 입장'은 무엇일까.

코스의 입장은 골퍼들이 OB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OB를 만들어놨는데도 골퍼가 OB를 전혀 내지 않으면 그 홀은 코스로서의 의미가 없어진다. 벙커나 연못이나 모든 코스 내 트러블은 말 그대로 '트러블'을 목적으로 설계된 것이다.

위 골퍼의 모습을 보고 코스는 다음과 같이 중얼거릴지 모른다.

"양쪽 OB인 홀에서 드라이버로 지르는 그대여, 그 용기는 높이 살 만하지만 어쩐지 불쌍하구나. 골프는 언제나 확률게임. 확실한 2타 손실의 가능성을 왜 먼저 인정하고 들어가는가."

코스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골퍼는 'OB 확률을 최소화하는 골퍼'다.

즉 숏아이언이건 뭐건 가장 자신있는 클럽으로 치며 OB 가능성을 극소화하는 골퍼들이야말로 코스를 이기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바로 상대 입장에서 생각하며 해답을 구하는 골퍼들인 것이다.

코스가 불쌍히 여기는 골퍼가 될 것인가, 아니면 코스가 두려워 하는 골퍼가 될 것인가.

골프건 비즈니스건, '입장 바꿔' 생각하면 거기에 해답이 있다. 그리고 당신이 그 해답을 갖고 실행하면 이미 승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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