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탈북자들에 따스한 송년회 베풀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지난 24일 탈북자 李모(42·여)씨와 그의 딸(16)은 특별한 초대를 받았다. 李씨 모녀를 보호하고 있는 서울 성북경찰서에서 "송년 모임을 마련했으니 참석해 달라"는 연락을 해온 것이다.

3주 전 탈북자 수용시설인 하나원에서 나왔다는 李씨는 "아는 사람도, 찾는 사람도 없어 외로웠는데 이런 초대를 받으니 너무 기쁘다. 이날만은 모든 걱정을 잊어버리고 즐겁게 보내겠다"고 말했다. 李씨는 "미리 알았으면 북한식 김치라도 담가 놓았다가 나눠먹으면 좋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李씨는 김치 장사를 하기 위해 배추 시세를 알아보는 등 한창 준비 중이다.

성북경찰서는 이달 초 보호대상 탈북자 일곱명과 경찰관들을 일대일로 자매결연을 맺어준 데 이어 26일 이들과 송년 모임을 갖기로 했다.

지난 6월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 金모(35)씨 역시 송년 모임에 초대받고는 "식당 일이 바쁘지만 이날만은 일을 잠시 미뤄야겠다"고 즐거워했다. 서울 노원구 한 식당의 종업원인 그는 "탈북 과정에서 만나 하나원에서 결혼한 아내가 한달 전 가정불화로 집을 나가 쓸쓸한 연말을 보내고 있었다"며 "이렇게 탈북자들을 생각해 주는 경찰이 있다는 것이 정말 든든하다"고 했다.

송년 모임에는 김병철 성북경찰서장, 자매결연을 한 경찰관 등이 참석해 탈북자들과 저녁을 함께 하며 선물도 줄 예정이다.

金서장은 "탈북자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자매결연을 했다"며 "이제 가족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1년을 보내는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혜신 기자

hyaes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