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대체' 사실상 백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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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일본에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대체할 새로운 국립 위령시설 건립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의 자문기구인 '추도·평화 기원을 위한 기념시설 검토 간담회'는 24일 종교색채가 없는 "국립 전몰자 추도시설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내용의 최종 보고서를 후쿠다 장관에게 제출했다.

보고서는 야스쿠니 신사의 A급 전범 처리문제는 아예 다루지도 않았으며 새 위령시설 건립 여부에 대해서도 "정부가 판단할 문제"라고 언급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새 시설을 건설해도 야스쿠니 신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어서 애초부터 대체시설을 건립할 의도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는 원래 야스쿠니 신사의 대체기구 설립을 논의해왔으나 보수 정치인들의 반발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의 무관심으로 해결방안을 내지 못한 것이다.

간담회는 지난해 12월 "일본 국민과 외국 국빈들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위령시설 건립문제를 검토해보라"는 고이즈미 총리의 지시에 따라 발족했다. 그러자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요구하는 보수 우익 세력이 이에 강력히 반대했으며 자민당 내에서도 "외국의 압력에 굴복하면 안된다"는 반발이 나왔다. 게다가 간담회를 발족시킨 고이즈미 총리조차 "내년에도 시기를 봐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겠다"고 공언해 대체시설 건립 논의 자체가 무의미해진 상태다.

이에 따라 적어도 고이즈미 정권에서는 야스쿠니 신사의 대체시설 건립은 백지화되는 대신 총리의 참배가 정례화 돼 매년 한·일, 중·일 관계를 흔드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yh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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