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집권당, 총선 패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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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줄리아 길러드(사진) 호주 총리는 21일(현지시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날 실시된 총선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는 “(야당인) 자유당이 무서운 상대였음이 드러났다”며 “이번에 당선된 무소속 의원들이 노동당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의 패배를 사실상 인정하고 무소속 의원 영입에 적극 나설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맞서 최대 야당인 자유당의 토니 애버트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일궈냈다”며 “집권 노동당은 과반 획득에 실패했으며 이에 따라 정통성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호주 ABC 방송 등 외신들은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 집권 노동당이 과반 획득에 실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22일 보도했다. 호주선거관리위원회(AEC)에 따르면 77%의 개표가 진행된 22일 0시 현재 집권 노동당은 70석을 얻어 과반인 76석에 미치지 못했다.

이처럼 선거 결과가 박빙으로 드러남에 따라 호주 정가에선 과반 확보를 위한 무소속 의원들의 영입이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현지 언론들은 무소속 의원들이 독자 행보를 고집할 경우 여야 모두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는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70년 만에 탄생하게 된다고 전했다. 또 헝 의회가 될 경우 여야 모두 독자적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없게 됨으로써 정국 불안이 가중돼 조기 총선이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집권당 패배 원인은 ‘민심 이반’=선거 직전 여론조사에서 집권 노동당의 지지율은 52%로 야당연합보다 4%포인트가량 앞서 불안한 우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 근소한 차로 야당연합이 앞서는 것으로 드러나자 노동당은 당황한 모습이다.

호주 정가에선 집권당의 패배 원인을 케빈 러드 전 총리의 경질 과정에서 불거진 ‘민심 이반’으로 꼽았다. 노동당은 6월 말 지지율 하락에 시달리자 러드 전 총리를 갑자기 경질하고 부총리였던 길러드를 당 대표 겸 총리로 내세웠다. 총리 교체를 통해 지지율을 회복한 후 선거를 맞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반짝 효과가 있었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선거 기간 중 호주 정가와 유권자들은 “러드 총리를 퇴출한 것은 정치적 도의에 어긋나는 처사”라며 “집권당은 이번 선거에서 재집권 야욕만 드러냈을 뿐 정책 관련 아이디어가 없었다”고 노동당을 비난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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