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로 엿본 2002 방송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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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시청자들의 민심(民心)을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시청률을 분석하는 일이다. 정확한 수치로 프로그램들을 비교·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청률로 볼 때 올 한해 방송가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시청률 전문 조사 기관인 TNS미디어코리아와 함께 2002년 방송가의 다섯 가지 핫이슈를 골라 봤다.

①월드컵 시청률 여자가 남자보다 높아=올해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전 일곱 경기의 평균 가구 시청률은 59.9%. 그런데 여성의 평균 TV 시청률이 남성의 시청률을 7~8% 능가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특히 30대 여성의 경우 어느 연령층보다도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 축구가 남자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바꿔야 했던 뜨거운 여름이었다.

②소리만 요란했던 드라마 등급제=지난 11월부터 모든 드라마에 등급제 표시가 의무화됐다. 그러나 '15세 이상 시청 가능'등급을 받은 MBC '인어아가씨'의 경우 15세 미만의 청소년들이 TV를 시청한 비율이 9월(9.5%)보다 11월(10.1%),12월(12.2%)에 오히려 높았다. 같은 연령 등급인 SBS '야인시대'도 마찬가지여서,11·12월의 초·중고생 시청률이 10월보다 3∼5% 높았다.

폭력·선정적 장면에서 청소년들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드라마 등급제가 소기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③신기록 제조기 '야인시대'='귀가시계'라는 별칭이 붙었던 드라마 '모래시계'의 역사를 되밟고 있다. 현재까지 43회분이 방송된 SBS '야인시대'는 14주 연속 시청률 1위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이 추세라면 MBC 사극 '허준'이 세웠던 18주 연속 시청률 1위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방송 초기의 부진 때문에 평균 시청률은 35.4%지만, 지난 10월 말 이후로는 5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④자연 다큐멘터리의 신기원 이룩=MBC가 이달 초 방영한 '야생의 초원 세렝게티'. 국내 최초로 아프리카의 자연 생태를 담은 이 다큐멘터리의 시청률은 13.1%. 2002년 방영된 다큐멘터리 평균 시청률(6.6%)의 두 배에 이르는 수치다. 이 작품은 시청자들의 열렬한 호응에 힘입어 재방송을 하기도 했다. 역시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다.

⑤20대가 몰린 TV 합동 토론=세 차례 열린 대통령 후보 TV 합동 토론의 평균 시청률은 34.2%. 특이한 점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20대의 시청률이 1차(8.7%), 2차(10.6%), 3차(12.5%)로 타 연령층에 비해 급상승했다는 점이다. 정치에 무관심했던 20대의 의식 변화를 보여주는 현상이 아닐까.

이상복 기자 jiz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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