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아동 돌보는 외국인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8면

지난 16일 경기도 포천군 웅천읍의 보화보육원.

부모를 잃은 65명의 어린이들을 보살피고 있는 이곳에 성탄절을 앞두고 20여명의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삼성 미래전략그룹 소속 외국인 컨설턴트로 구성된 '미래의 사랑'회원들이다. 모임이 만들어진 것은 2000년 초. 이 회사에서 일하는 미국인 캐트린 콜(32)등 몇몇 직원이 "한국에서 뭔가 보람된 일을 해보자"며 뜻을 모아 불우이웃 돕기와 자원봉사 활동에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모이게 됐다. 처음 서너 명으로 출발한 모임은 입소문이 사내에 퍼지면서 어느새 외국인 직원은 물론, 한국 직원들도 거의 모두 참석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보화 보육원은 인터넷 등을 뒤져 찾아낸 첫 봉사 대상으로, 인연을 맺은 이래 해마다 성탄절이나 명절을 전후해 서너 차례 이상 찾는 곳이다. 이날은 리처드 피보스(영국)·마르코 보칼레(이탈리아), 조너선 코플린, 프란시스 슈미허(이상 미국)·티에리 무사(프랑스) 등 다섯 명이 '다국적 산타 할아버지'로 변신해 보육원 아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들은 인형과 장남감 등을 선물로 나눠준 뒤 아이들과 함께 뛰고 뒹굴거나 서투른 한국 말로 책도 읽어주는 등 오후 늦게까지 아이들과 성탄절 기분을 만끽했다.

조너선 코플린(32)은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 즐겁고 보람도 느껴진다"며 "보육원엔 세탁기 한 대와 회원들이 모은 50만원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보육원생인 金모(11)군은 "말은 잘 안 통해도 외국 아저씨들이 너무너무 친절하고 자상하게 놀아줘 매번 기다려진다"고 즐거워했다. 미래전략그룹은 97년 삼성이 세계 최고의 우수 외국인 인력들을 불러모아 그룹의 주요 전략 등을 짜는 외국인 싱크탱크 조직. 이 회사의 김석필 부장은 "외국인 직원 대부분이 한국에 오기 전부터 사회봉사활동을 생활화한 사람들인 만큼 회사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이들을 지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포천=표재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