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당선자에 송구"… 축하 蘭 몸둘 곳 없는 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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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노무현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대표의 태도가 돌변했다.

그는 20일 아침 盧당선자에게 축하 난을 보낸 뒤 당사에 나와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선거운동 마감 1시간30분을 앞두고 '盧후보지지 철회선언'을 한 것에 대한 반성문이었다.

鄭대표는 당사 기자실에서 "통합21은 盧후보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해 도왔으나, 유세 마지막 과정에서 제 개인의 사려깊지 못한 판단에 대해 국민과 노무현 당선자에게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는 "盧당선자에게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국민화합과 경제발전을 이룩하는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표의 사과성명 발표 자리는 초라했다. 평소 회견 때 주변을 가득 메웠던 당직자들의 모습이 아니었다. 조남풍·오철호·박진원·김행·김민석씨 등 선대위 당직자들이 배석했으나 이들도 곧바로 "지지철회 사퇴를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당직을 총사퇴한다"고 발표했다. 鄭대표는 "이번에 제 개인적으로 부족함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며 "향후 정치적 진로는 국민과 당원 여러분의 뜻에 맡기겠다"고 했다.

鄭대표는 자신이 재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盧당선자의 '선처'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 같다는 게 주변의 얘기다. 鄭대표측 일부는 선거일 아침 盧당선자의 '공조유지 노력' 발언에 기대를 걸기도 했다. 하지만 盧당선자는 鄭대표가 축하 난을 전해왔을 때 아무 말이 없었다고 한다. 盧당선자측의 정대철(鄭大哲)선대위원장은 "다 끝난 것 아니냐"고 일축했다. 창당멤버였던 박진원 특보는 이날부터 본업인 국제변호사로 돌아갔고, 추가 집단탈당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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