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대북정책 신뢰도 높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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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선 결과가 변화를 열망하는 민심을 반영한 것이라면 대북 및 대외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하지만 대내정책과 마찬가지로 대외정책 역시 과거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지했던 노무현 당선자에겐 5년이란 시간제약으로 선임자가 못 이룬 결실을 거둘 기회가 주어졌다.

반면 盧당선자는 DJ정부 당시 적지않이 손상된 한·미 동맹과 우방과의 신뢰 균열이란 유산도 함께 계승해야 한다. 우방 간의 신뢰 없이는 북핵을 해결하고 반미를 추슬러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한·미 동맹관계를 복원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지난 경험에서 보듯 한·미 동맹이나 남북관계 모두 국내여론에 영향받게 돼 있다. 더욱이 변화를 원하는 민심이 택한 정부이기에 정책이 여론에 휘둘릴 우려도 있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민심의 심각한 분열상을 보여준다. 국민적 공감대 없는 대북정책은 표류하게 마련이고 널뛰는 정서에 영합하는 대외정책은 국제사회의 신뢰 상실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효율적인 대북정책과 우방 관계는 국내 여론을 정치 지도력으로 결집시킬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우리가 기대하는 방향의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미·일 우방과의 정책 조율과 공조는 필수다. 또 중국·러시아와 유럽연합(EU)을 상대로 한 적극적인 외교는 원만한 대북정책에 자산(資産)일 뿐 아니라 한·미 동맹에 균형을 부여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盧당선자는 북핵 문제를 북·미 지도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풀겠다고 말했다. 미·일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모두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지지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타당한 접근법이다. 이제 북핵 위협의 절박함을 인식한 바탕 위에서 구체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 때 우리의 입장 정리에는 미국의 지지와 동참을 유도할 수 있는 현실감이 가미돼야 한다.

분열된 민심 통합, 북핵 해결, 반미정서 해소는 서로 맞물려 있는 절실한 문제들이다. 대통령 취임 이전이라도 盧당선자는 현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논의해야 마땅하다. 대외·대북 신뢰도를 어떻게 높일 것인가, 盧당선자가 우선적으로 해답을 제시해야 할 당면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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