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막 내리막 2002증시 외국인 입김 막강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8면

곡절이 많았던 2002년 주식시장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올 증시는 상반기에 탄탄한 오름세를 보이며 '종합주가지수 1,000 선도 문제없다'는 달콤한 전망까지 나왔으나 이후 뉴욕 증시의 침체 등으로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었다.

최근 약간 회복하긴 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올 증시가 어떻게 울고 웃었는지 각종 기록을 통해 들여다 봤다.

<그래프 참조>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종합주가지수는 16일 현재 692.42로 지난 1월 2일의 주가 출발점(693.70)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지난 두 달 동안 반등했음에도 아직 연초 주가를 따라 잡지 못한 것이다.

연중 가장 높았던 4월 18일(937.61)수준을 회복하려면 35%나 더 올라야 한다.

증시가 이처럼 약세로 돌아선 데엔 외국인 투자가들의 영향이 컸다. 외국인들은 1992년 증시의 빗장이 풀린 뒤 올해 처음으로 2조8천1백36억원의 순매도(연간·12월 13일 기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등 국내 유력 기업들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며 투자자들에게 손짓했지만, 미 기업들의 잇따른 회계 부정 파문과 경기·실적 둔화 우려에 따른 뉴욕 증시 약세로 외국인들의 투자 심리는 쉽사리 살아나지 않았다.

외국인들은 증시 반등에 발맞춰 다시 주식을 사들이고 있지만, 올 2월부터 8개월 연속으로 이어진 순매도 행진을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를 쥐락펴락하면서 국내 투자자들도 다우·나스닥 지수의 움직임을 살피며 일희일비했다. 그러나 주가는 약세였는 데도 거래량은 껑충 뛰었다. 거래소 시장에서 하루 평균 거래량은 8억5천7백여만주(12월 13일 기준)로 지난해의 4억7천1백여만주보다 82% 늘었다. 그렇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그리 좋아할 일은 못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 6월 초 주가가 싼 하이닉스반도체 주식에 대한 거래 제한이 풀리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대량 매매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닉스는 지난 7월 23일 하루 동안 18억3천만주가 거래되면서 단일 종목으로는 거래량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시장도 증시 약세로 반사 이익을 봤다. 위험을 피하면서 높은 수익을 올리려는 투자자들에게 대안 투자 상품으로 떠오르면서 지난 13일까지 일 평균 거래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부 대박을 노리고 들어간 투자자들도 있었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자금이 주식시장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순기능도 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올들어 거래소·코스닥 시장이 퇴출 기준을 강화하면서 감사 의견 거절이나 자본전액 잠식 등으로 쫓겨난 회사는 지금까지 모두 43개(거래소 29개·코스닥 14개)로 지난해(21개)의 두배 이상 됐다.

특히 코스닥 기업들은 주가조작과 회사자금 횡령 등으로 잇따라 물의를 일으켰다.

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