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양민속박물관 세미레스토랑 ‘ON’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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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레스토랑 ON은 김은경 온양민속박물관 관장의 ‘고집’때문에 개업에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고 한다.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온양민속박물관과 어울리는 음식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때문이라고 한다. [조영회 기자]

아산시 권곡동 온양민속박물관에 세미레스토랑이 최근 문을 열었다. 이름은‘ON’이다. 온양의‘온’을 영문으로 표기했다.

1년을 준비해 문을 연 음식점이다. 기반 시설이 늦어진 것도 이유 중 하나지만 그 보다는 김은경 온양민속박물관 관장의 ‘고집’때문에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고 한다.

김 관장은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온양민속박물관과 어울리는 음식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쉽게 시작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고심 끝에 건물 짓고 하루에도 몇 번씩 모양을 바꿔가며 인테리어를 마무리했지만 “어떤 음식을 팔 것인가”를 결정하지 못해 다시 한참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주방을 책임질 사람을 찾는 데만 수개월이 지나갔다. ON에 가봤다.

정성만큼 새롭다

외관부터 달랐다. 세련됐지만 부담스럽지 않다. 단아한 모습이 온양민속박물관과 잘 어울린다. 무엇보다 식당 한쪽 벽면을 투명 유리로 장식해 아름다운 정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계절이 바뀔 때 마다 옷을 바꿔 입는 자연 풍경이 더욱 입맛을 돋운다.

‘울 엄마 밥상’은 대표 메뉴다. ‘미국엄마 밥상’도 있고 ‘중국엄마 밥상’도 있다. 입맛에 따라 선택하면 되지만 어느 것을 고르든 후회하지 않을 만큼 입맛을 사로잡는다. 잔치국수에 빈대떡을 곁들인 ‘국시 밥상’도 별미다. 꼬치 요리와 함께 시원한 맥주 한잔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역시나 막걸리와 함께 먹는 모듬전이 일품이다.

ON의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박희지(47·여) 푸드스타일리스트는 “식구들에게 밥해주는 엄마의 마음으로 식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화학 조미료를 쓰지 않고 제철 채소를 사용한다. 너무 화려하지도 않지만 초라하지도 않은 식단이다. 가격대도 1만원 안팎으로 적당하다.

사라진 음식문화를 되살리다

세미레스토랑 ON은 김은경 온양민속박물관 관장의 ‘고집’때문에 개업에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고 한다.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온양민속박물관과 어울리는 음식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때문이라고 한다. [조영회 기자]

ON은 옛 조상들이 수양버들 늘어진 개울가에서 자연과 함께 음식을 나누던 풍류를 옮겨 놓았다. 이름 모를 들꽃과 나뭇잎이 어느새 음식 안으로 찾아와 맛을 더한다. 온양민속박물관은 조만간 게스트룸을 개방할 예정이다. 호텔이 아니어도 온양을 찾은 손님들이 편히 쉬고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박물관 정원을 산책하고 ON에 들러 커피 한잔을 즐기는 것도 좋을 듯하다. ON은 문화와 예술을 파는 음식점이다. 오전 10시에 문을 열고 오후 10시에 닫는다. 입장권을 구매하지 않아도 이용이 가능하다.

글=장찬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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