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기 넘치는 66이 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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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보

(48~66)=하변의 빵때림이 보석처럼 빛난다고 한다. 흑의 대세력을 일시에 지워버린 시원한 빵때림.그러나 曺9단은 흑의 포석이 불리하다고는 추호도 생각지 않는다. 그의 뛰어난 초반 감각을 떠올린다면 이같은 자신감은 반드시 근거가 있을 것이다.

王7단이 48로 걸쳐오자 49로 협공하여 일련의 수순이 진행된다. 53과 54는 맞보기의 곳이며 57은 曺9단 일류의 날카로운 잽. 백이 '참고도1'처럼 반발하는 것은 실리의 손해가 커서 안된다. 曺9단이 59, 61을 선수하며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검토실은 여전히 '흑 불리'의 경고음을 거두어들이지 않는다.王7단도 백이 나쁘지 않다는 확신 속에서 지금까지 매우 침착하고 꿋꿋하게 움직여왔다.

그러나 曺9단이 63으로 한껏 벌렸을 때 王7단의 침착성에도 균열이 일어났다. 전체적으로 백이 강하다. 그런데 이렇게 넓게 벌릴 수 있단 말인가.

그는 결단을 내려 66으로 쳐들어갔다. 용서할 수 없는 대목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66은 지나놓고 보니 '참고도2' 백1로 평범하게 한칸 뛰어두는 수가 훨씬 좋았다.패기 넘치는 66은 실은 만용이었고 소심한듯 보이는 '참고도2'의 백1이 호착이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dar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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