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속 배추말이]김장김치 맛에 비타민도 듬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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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이맘때가 되면 여자들 사이에선 "김장하셨어요?"가 인사다. 평소엔 조금씩 사다가 먹기도 하지만 김장만큼은 다르다. 단 몇 포기라도 해 둬야 월동 준비가 끝나 두 다리를 쭉 펴고 지낼 수 있다고 주부들은 입을 모은다. 화려한 일품 요리도 아니고, 많은 에너지를 내는 반찬은 아니지만 김치가 빠지면 푸짐한 요리로 상이 가득 차도 왠지 허전하다.

이렇게 친숙한 김치이다보니 영양소까지 따져보지 않고 살았지만 김치야말로 그 어떤 비타민 제제보다도 훌륭한 영양제란 사실을 최근 알았다.

얼마 전 외국 건강 잡지를 읽다가 '비타민 부족이 비만을 부른다'는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다.'많이 먹는 게'아니라 '적게 먹는 게'문제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어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요약하면 이렇다.

'우리가 활동할 수 있는 에너지는 포도당의 분해로 만들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비타민이 보조효소 구실을 한다. 그런데 비타민이 모자라면 포도당의 분해가 순조롭지 못해 에너지로 바뀌지 못한다. 이들은 간이나 근육에 지방의 형태로 쌓이게 된다. 따라서 음식 섭취가 늘어나면 비타민의 섭취도 당연히 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에너지 변환 사이클이 원활히 돌아가지 못한다. 포도당이 지방으로 변해 살이 찌고, 덩달아 에너지 생성이 부족해 늘 피로감에 시달리게 된다.'

수긍이 가는 내용이다.

현대인에게 큰 고민 중의 하나가 운동부족으로 인한 과체중이다. 곰곰이 생각하면 근래 우리네 식습관 중 과일이나 채소의 섭취가 탄수화물이나 지방의 양에 비춰 충분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도 있었나보다.

그렇다면 따로 약을 찾아서 먹기보다는 식사 중 다른 반찬과 같이 김치를 많이 먹는 것을 권하고 싶다.

배추 김치에는 비타민B와 비타민C가 특히 많고, 비타민A를 만드는 카로틴도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비타민C는 공기 중에서 쉽게 분해가 되지만 김치로 만들었을 땐 아니다. 발효하면서 산(酸)이 증가하여 비타민C가 오히려 안정되면서 손실이 줄어든다.

비타민만이 아니다. 뼈에 좋은 칼슘과 변비에 효과가 높은 섬유질도 풍부하다. 또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항암 능력도 있으니 '김치'란 것이 새삼 우리 식품이라는 데 감사한 마음까지 든다.

김치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어렸을 때도 김장날만큼은 배춧잎에 김치속을 싸 먹는 그 맛이 좋아 엄마가 귀찮다 하셔도 끝까지 도와드리겠다고 곁을 떠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김장 때의 배추는 속이 꽉 들어차 실하고 단 맛이 일품이다. 김장 김치에는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그냥 흰 밥에 김치만 올려 먹어도 밥 한 그릇은 뚝딱이다.

보쌈처럼 돼지고기를 삶아서 같이 먹어도 일품이지만 해산물, 특히 조개류와 함께 먹으면 보약이 무색할 정도로 입맛이 살아난다.

오늘의 스파(건강)요리는 김치 속을 가득 채운 배추말이다.

가족끼리 먹어도 좋지만 우리네 풍습에 김장김치만큼은 이웃끼리 나누어 먹는 것이 미덕이었다. 김치만 수북하게 담아 가져다 주는 것보다 이렇게 속을 채우고 한 입 크기로 썰어 담는다면 정갈한 이웃 간의 정이 더 돈독해질 것이다.

라퀴진 요리아카데미 요리팀장

chefsonia72@deco.co.kr

<어떻게 만드나>

▶재료(4인분)=배춧잎(큰 것) 8장, 김치 속 1컵, 생굴 1백g, 밤 채 1/4컵, 깨소금 1큰술, 참기름 1작은술

▶만드는 법=①배춧잎은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친다. ②굵은 줄기는 칼로 살살 벗겨 낸 뒤 마른 행주로 물기를 제거한다. ③김치 속과 굴·밤 채·깨소금·참기름을 넣고 섞는다. ④먹기 직전에 속을 채워 단단히 말아주고 한 입 크기로 썰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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