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와 같은날 태어난 축구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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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동원F&B 박인구(朴仁求·56·사진)사장의 토요일은 축구 경기를 하는 날로 고정돼 있다. 사내 축구부 회원인 그는 축구부의 주말 연습 경기에 올들어 한차례도 빠지지 않았다. "비가 많이 내려 축구를 못할 땐 속이 상한다"고 말할 정도로 그는 축구 매니어다. 어린 시절부터 유달리 축구를 좋아했고, 산업자원부 관료 시절에도 축구부 총무로서 활동했다.

산업자원부 부이사관으로 공직생활을 마치고 1997년 동원정밀 대표이사를 맡았을 때, 그리고 2000년 동원F&B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을 때도 사내에 축구부를 만들고 회원을 모집했다. 현재 이 회사 축구부 회원은 모두 50여명. 평균 연령이 30대 초반으로 朴사장이 가장 고령이다. 그런데도 90분 경기를 거뜬히 소화해 낸다. 주변에선 체력소모가 적은 수비수를 권하지만 오른쪽 공격수 자리는 언제나 朴사장의 몫이다.

회사에선 사장이지만 축구를 할 때는 선수 중 한명이라는 생각에서 朴사장은 경기 중 축구부원들에게 일절 잔소리를 안한다. 특정 선수의 단독 드리블이 지나치다고 생각될 때만 한마디 한다.

"축구는 한두명의 스타급 선수에 의존하는 경기가 아니라 구성원들이 서로 돕고 협력할 때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습니다. 회사일도 마찬가지입니다.누군가가 자신의 실력만 믿고 독단적으로 일하면 그 사업은 실패하게 마련이죠."

朴사장의 축구사랑은 축구부 활동으로 끝나지 않는다. 지난해 동원컵 전국 유소년 축구대회를 만들어 올해까지 두번 대회를 치렀다. 올해는 전국 2백50여개의 초등학교 축구팀이 참가해 9개월간 1천8백여 경기를 했다. 대회 경비로 4억여원을 썼지만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유소년 축구대회 만큼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최근엔 히딩크 감독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도 했다. 지난 6월 월드컵 경기에서 한국이 이탈리아를 물리치자 감격한 朴사장이 "히딩크, 당신은 영웅입니다"라고 편지를 보낸 게 인연이 됐다. 그는 "히딩크 감독은 나와 똑같은 46년 11월 8일생"이라며 "사주를 믿진 않지만 두사람 모두 축구를 사랑하도록 운명지워진 것 같다"며 웃었다.

김준현 기자

take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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