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수출할 땐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수출 미사일 15기를 선적한 북한 화물선이 예멘 인근 공해상에서 스페인 함정에 의해 나포된 사태는 충격적이다. 북한이 핵 개발 시인에 이어 중동지역으로 추정되는 나라에 미사일을 수출하는 사실이 확인됨으로써 북·미 간의 관계가 최악의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이 국제 테러의 차단과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의 저지를 위해 날을 세운 가운데 일어난 사태여서 한반도 정세가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북한으로선 미국이 핵 문제를 기화로 중유 공급 중단을 선언하는 등 제재를 강화한 데 대한 자구책이자 자주권이라고 반박할지 모른다. 나포된 서산호가 지난 11월 중순 북한을 떠날 때부터 추적해온 미국이 나포 가능성을 간접 경고했을 때 북한은 노동신문 논평에서 '공화국에 대한 공공연한 선전포고'이며 보복에는 보복으로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맞받아친 바 있다.

그러나 거의 모든 국가가 국제 테러를 근절하고 대량살상무기 확산 저지에 찬동하는 기운에 역행하는 북한의 미사일 수출은 국제사회의 지탄과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테러 지원 혐의를 받는 '불량국가'군에서 제외되기를 바라면서, 또 핵 개발의 해결책으로 미국과의 불가침 조약을 강력히 요구하는 시점에서 그것도 무국적선을 가장한 선박을 이용해 미사일을 수출함으로써 스스로 입지를 크게 좁혔다.

설령 북한의 의도가 큰 문제를 일으켜 협상의 물꼬를 트려는 것이라고 가정하더라도 미사일 수출은 현재의 국제정세로는 무모한 도박행위다. 특히 무국적선으로 위장함으로써 공해상 임검권(臨檢權)의 대상을 자초한 것은 북한의 '위법성'만 부각했다.

미국은 북핵 사태의 평화적 해결 방법을 이번 사태에도 계속 적용해 한반도 정세의 안정화를 우선 도모하기를 바란다. 정부도 북한에 대해 대량살상무기의 개발 및 수출을 포기하도록 촉구하는 특단의 노력을 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