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하느니 유학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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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를 하느니 차라리 미국 유학을 보내겠습니다."

최근 미국대학진학 준비학원인 카플란어학원을 찾은 한 학부모의 말이다. 그는 "이번 수능에서 아들의 점수가 예상보다 좋지 않다. 아들 성적 정도면 1년 준비해 미국 대학에 유학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돼 재수하느니 차라리 유학을 준비키로 했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 진학 후 어학연수나 유학을 보내느니 아예 곧장 유학 가는 것이 더 낫지 않느냐고 그는 덧붙였다.

고교 졸업 후 국내 대학에 가지 않고 바로 미국 대학으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많이 늘고 있다.

미국 명문대(아이비 리그) 진학을 목표로 하는 유학준비반은 외고와 민족사관고 등이 몇 년 전부터 운영해 왔다. 이들 고교에서 유학준비 중인 학생들은 최근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대원외고 1학년의 20% 정도가 유학을 준비 중이다. 민족사관고는 70% 정도가 유학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른 외고도 유학반을 운영할 채비를 하고 있으며 서울 강남의 일반고교도 마찬가지 움직임이다.

특히 올 수능에서 재수생이 강세를 보여 우수 재학생의 일류대 진학이 어려워지면서 유학학원을 찾는 학생들이 요즘 부쩍 늘고 있다.

카플란 이인호 소장은 "최근 수능 발표 후 미국유학에 대한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붐이 일고 있는 것은 대입수능제도와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우선 원인이다. 여기다 학생·학부모들이 미국 명문대 진학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인식하게 된 것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TOEIC과 SAT·SATⅡ에서 좋은 점수만 받으면 진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소위 명문대가 몇 개 뿐이나 미국은 상대적으로 그 수가 많아 선택의 폭이 넓은 것도 고교·재수생들이 곧바로 미국유학을 가려하는 이유가 된다.

초·중·고교 때부터 아예 유학을 가는 조기유학생들도 늘어가는 추세다.

미국유학 준비학원들은 이에 따라 미국대학 입시설명회를 여는 등 활발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카플란은 지난 7일 서울 한미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내년 미국대학 입시설명회를 했다. 02-3444-1230.

조용현 jowas@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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