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정치를 버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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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내 ‘인터넷 생태계’의 색깔이 급변하고 있다. 정치색이 확 빠지고, 연예·스포츠색으로 더 물들고 있다. 분수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도 4대 강 사업, 세종시 논쟁, 천안함 사건, 6·2 지방선거 등 굵직한 정치적 논쟁거리가 이어졌음에도 인터넷상에서 정치에 대한 관심은 크게 줄었다.

이 같은 사실은 중앙일보와 다음소프트가 최근 2년3개월간 인터넷에 있는 유효한 블로그 120여만 개 6000여만 건의 포스트(단위 문서) 약 100억 단어를 ‘텍스트 마이닝’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확인됐다. 텍스트 마이닝이란 정형화되지 않은 인터넷 블로그 글을 분석해 의미있는 패턴을 찾고 그 관계를 파악하는 기법이다.

우선 2008년부터 3개월 단위로 블로거 글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 상위 50명씩을 뽑아 분야별로 합산했다. 이 결과 정치인이 거론된 비율은 노 전 대통령 서거 때 40%에 육박했으나 이후 계속 줄어 올 초에는 6%대까지 떨어졌다. 인터넷상에서 정치논쟁이 그만큼 줄었다는 얘기다. 특히 정치 이슈가 첨예했던 6·2 지방선거 기간(올 3~6월)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상에서 정치인에 대한 언급 비율은 10% 수준에 그쳤다.

반면 연예·스포츠인에 대한 언급은 갈수록 늘고 있다. 연예인을 다룬 포스트가 그간 50~60%대에서 2009년 중반 이후 ‘아이돌 그룹’ 전성시대를 맞으면서 70%대로 껑충 뛰었다. 스포츠인에 대한 언급도 급증해 올 들어 처음으로 10%대를 넘었다. 김연아·박태환·박지성 등 세계적인 스타급 선수의 탄생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연세대의 한승미(문화인류학) 교수는 “블로그의 주요 이슈는 정치와 연예로 양분돼 있었지만, 최근 들어 정치 이슈가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라며 “그간 우리 사회에 정치 이슈가 너무 많았던 것은 아닌가, 그만큼 사회가 불안정했던 것은 아닌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 탐사1·2팀 김시래·진세근·이승녕·고성표·권근영·남형석 기자, 이정화 정보검색사, 안상욱(동국대 신문방송 4) 인턴기자

도움말 주신분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정재학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조성준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김용학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윤석민 서울대 언론학과 교수,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생활학과 교수, 한승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송길영 다음소프트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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