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8 대선후보TV합동 토론 경제분야]토론회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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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0일 경제·과학분야 토론은 지난 3일의 정치분야와는 달리 화끈한 논전보다는 여유 있고 차분한 분위기 속의 논리싸움과 은근한 신경전 양상으로 진행됐다.

모두발언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는 "개혁할 것은 개혁하고 안정시킬 것은 안정시키겠다"며 "기회를 주면 열심히 일하겠다"고 거듭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는 "낡은 정치를 청산해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는 시대로 가겠다"며 '경제를 위한 정치개혁론'을 주창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후보는 "권영길 신드롬이란 말이 나돌 정도로 (지난 3일 토론에서) 과도한 환대를 해주신데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은근한 신경전으로 시작=먼저 盧후보가 뼈있는 지적을 시작했다.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문제가 나오자 盧후보는 "노동법 날치기를…한나라당이 하고 그때 이회창 후보도 앞에서 진두지휘하셨죠"라고 환기시켰다.

李후보도 즉각 반격했다. 李후보는 "盧후보가 동북아 특수를 처음에 북방특수라고 했는데 마치 김대중 대통령이 6·15 정상회담 이후 '북방특수로 중동특수 못지 않은 특수가 온다. 기업들이 떼돈을 번다'고 했는데 (金대통령과)아주 똑같은 인상을 盧후보한테 받는다"고 맞받아쳤다.

李후보가 "성장과 분배는 동전의 양면"이라면서 "연평균 6%의 성장 잠재력을 위해서라도 과학기술과 교육을 성장엔진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자 盧후보는 "성장의 전략이 너무 협소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북아를 공략하기 위해선 남북관계를 잘풀어야 하는 데 이회창 후보는 잘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李·盧후보의 설전=후보 간 상호토론으로 넘어가자 분위기가 뜨거워졌다. 특히 李·盧후보는 '누가 더 안정적이냐'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盧후보는 "李후보가 저를 불안하다고 하며 난폭운전하는 광고도 냈다"며 "저는 운전면허가 있는데 李후보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李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전쟁불안·경제위기·노사분규·정치보복이 있을까봐 불안해한다"며 "전쟁문제에 있어 李후보가 훨씬 대결적이고,노사분규는 제가 훨씬 잘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李후보는 "盧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증시불안이 와서 외국자본이 빠져나갈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면서 "정치안정은 한나라당과 이회창이 돼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북핵 문제를 쉬쉬하고 돈 주는 게 불안하냐. 분명하게 핵문제 해결하라고 하는 게 불안하냐"고 반문했다.

재벌개혁과 IMF 위기의 원인 진단을 놓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盧후보는 "일부 외신에 의하면 이회창이 대통령 되면 김대중 정부에 반대하는 관성과 재벌정책 때문에…청개구리란 표현이 좀 그런데…IMF 위기가 다시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공세를 취했다.

李후보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미 극복한 IMF를 놓고 얘기하는 것은 초점이 잘못됐다"며 "이후 IMF가 다시 온다면 전적으로 이 정권과,장관으로 참여한 盧후보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李·盧후보 싸잡아 공격=權후보는 "한나라당은 IMF당이고 민주당은 정리해고당이며, 한나라당은 정경유착의 불씨를 키웠고 민주당이 악화시켰다"고 공격했다.

權후보가 "한나라당은 최고위원들의 재산만 7백20억원인 재벌당이니 부유세에 동의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고 비아냥대자 李후보는 "당원이 돈이 많다고 재벌당이라고 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반박했다. 權후보는 "삼성·대우차를 국민 기업으로 하자고 했는데 결국 헐값으로 넘어갔다"며 盧후보와의 차별화에 나섰다.

정경유착과 관련, 盧후보가 "權후보가 부패에도 원조당과 신장개업당이 있다고 했는데 신장개업 부분은 폐업하겠다"고 하자 그는 "오히려 재벌(정몽준 의원과 단일화 지칭)과 같이 합작회사를 차렸다"고 되받아쳤다.

이정민·최상연 기자

jm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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