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살 여학생이 한식 기능사 자격증 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초등학교 여학생이 한식 조리 기능사 자격증을 땄다. 경기도 용인시 역북초등학교 5학년 김물결(10)양은 최근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실시한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이 분야의 최연소 합격 기록이다.

金양은 요리를 배운 지 1년 3개월 만에 요리 기능사가 됐다. 수년간 요리 경험을 쌓고 요리학원에서 꾸준히 이론과 기술을 배운 어른들도 쉽지 않은 일이다.

2년 전만 해도 피아노·바이올린·첼로 등 음악 분야에 소질을 보였고 늘 쾌활했던 金양은 여섯살 때부터 식구들에게 파전 등을 만들어 주길 즐겼고 엄마의 요리를 거들면서 음식 재료나 조리법 등에 관해 이런 저런 질문을 던지곤 했다.

하지만 우환이 들면서 金양의 성격이 크게 바뀌었다. 2000년 10월 의약분업과 관련해 병원들이 파업할 때 오빠가 급성질환으로 응급실을 전전하다 세상을 떠난 데 이어 아버지가 병석에 눕자 그는 삶의 의욕을 잃은 듯 말도 잘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金양은 요리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어머니 박봉순(38)씨는 딸을 동네 요리학원에 무작정 데려갔다. 주변 사람들은 "얼마 가지 않아 제 풀에 꺾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金양은 어려운 실습과 강의를 마다하지 않았고 웃음을 되찾았다. 그는 기능사 시험에 두번 떨어졌으나 결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 이번에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金양은 "몸이 아프고 피곤해도 요리만 하면 힘이 솟고 신바람이 난다"며 "우리 음식과 다른 나라 음식을 잘 연구해 퓨전요리를 개발,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신권묵 요리학원장은 "물결이는 재주가 많고 열의가 남다르다"며 "본인이 원하면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요리 직종에 출전할 수 있게 적극 지원해주겠다"고 말했다. 金양은 양식 조리기능사 시험에도 응시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10일 합격자를 발표한다.

[연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