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챙이 인턴들 "직장분위기 感 잡았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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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6면

인턴-. 듣기만 해도 신선한 이름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디기 전에 직장의 맛을 보고 경험을 쌓는 과정이다. 그들의 눈에 비친 선배 직장인들의 모습은 어떨까. 본받고 따라야 할 존재인가, 아니면 딛고 일어서야 할 사람들인가. 인턴과정에 있는 두명의 예비 직장인과 인턴을 끝내고 막 정식 직원으로 채용된 훈련사원을 통해 고쳐야 할 직장 문화와 일에 대한 보람 등을 들어봤다.

#인턴으로 느끼는 일에 대한 보람은.

▶김경은=제가 일하고 있는 라 로슈-포제는 2001년 1월 한국에 출시된 브랜드다. 지금 막 커가고 있는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브랜드의 성장은 곧 나 개인의 성장을 의미하기도 한다. 내가 남긴 흔적들이 먼 훗날 후배들이 활약하는 기초가 될 수 있다는 것, 그건 대단한 보람이다. 제품을 알리면서 주변에 아는 사람들이 한두분씩 늘어나는 것을 보면 가슴이 뿌듯하다.

▶장성수=마케팅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던 나에게 마케팅 업무를 하나하나 배워나가는 것 자체가 큰 보람이다. 데이터 베이스에 대한 이해나 컴퓨터 활용 능력을 업무에 적용해 보면서 기존에 배웠던 지식이 어떻게 실제로 사용되는가를 보는 과정도 재미있다.

▶한정화=모든 것이 낯설고 서툴지만 우리 회사는 인턴에게도 과감하게 권한을 부여하는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 물론 책임이 동반돼 부담도 크다. 그러나 권한을 통해 빠르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익혀나갈 수 있다. 최근 A/S팀을 지원하기 위해 일본 본사로 4박5일간 출장을 다녀왔다. 보람과 자신감을 함께 얻을 수 있는 출장이었다.

#사회 생활이 대학 생활과 다른 점은.

▶장=대학 생활은 어디까지나 개인에게 책임이 한정된다. 그러나 직장은 나와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대학생은 단순한 문제 제기나 비판만으로도 역할을 인정받지만, 직장인에게 대안이 없는 비판이나 문제 제기는 무의미하다. 직장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보다는 결과로 말해주는 것 같다.

▶김=책임감의 차원이 다르다. 대학시절 수업에 결석하거나 게으른 것은 나 개인에게만 불이익이 되는 행동이었지만, 회사 일의 경우 함께 돌아가는 일이기 때문에 함부로 미룰 수 없다. 생활의 우선 순위가 바뀌었다. 일이라는 최우선 순위가 새로 생긴 것이다.

▶한=학생 때는 혼자서 계획하고 추진하면 됐지만 회사라는 집단에서는 개인이 아닌 조직으로 움직여야만 한다. 개인 생활에 익숙해 온 나에게는 역시 하나보다 여럿의 힘이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 줬다.

#선배 직장인들에게서 배우고 싶은 점은.

▶김=일에 대한 열정을 배우고 싶다. 우리 회사는 피부과 의사들을 상대로 마케팅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피부과학회 등의 활동에도 많이 참여한다.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제품 설명을 하고 서 있으면 정말 피곤할 때도 있다. 하지만 부서원 누구도 불평을 하지 않는다. 선배들을 보면서 오래도록 일에 대한 열정을 간직한 부지런한 사람이 되고 싶다.

▶한=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당당하게 일하고 있는 선배들을 볼 때마다 프로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한 선배들과 함께 생활하며 나도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다.

▶장=여러 업무가 밀려올 때 우선 순위를 결정해 일을 처리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 또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을 본받고 싶다.

#선배 직장인들이 고쳐야 할 직장 문화는.

▶한=업무를 하다 보면 서로 간의 의견 차이가 발생하게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상하관계를 막론하고 합리적인 선에서 의견 조율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직급이 더 높다거나 목소리가 더 크다는 이유로 목소리 큰 상사 위주로 일이 처리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김=일하는 절대 시간에 따라 업무 성과를 판단하는 것이다. 또 자기가 알고 있는 일에 대한 특별한 노하우를 후배에게 전수하지 않는 것이다. 정보를 공유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텐데. 그리고 약간의 음주 강요.

▶장=직장 생활과 개인 생활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점이다. 또 직장 내에서 부서간 이기주의도 없애야 할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 남의 일에 너무나 무관심해져 효과적인 의사 소통이나 일의 진행에 장애가 되는 경우도 있다.

#직장 상사가 갖춰야 할 덕목을 꼽으면.

▶김=능력·인간성, 그리고 카리스마다. 능력이 없으면 기본적으로 존경받기 힘들다. 그러나 능력만 있다고 존경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랫사람에 대한 배려와 따뜻함이 있어야 진정한 상사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마지막 2%, 사람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카리스마가 결정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장=부하 직원으로 하여금 조직의 미래에 대한 확신과 비전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부하 직원과 업무를 진행하는 데 있어 왜 그러한 일이 필요하며 그로 인한 결과가 업무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

▶한=업무에서의 능력을 보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마추어가 프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침을 줄 수 있는 능력이 상사가 갖춰야 할 가장 큰 덕목이 아닌가 한다.

정리=김동섭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don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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