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는 전쟁터다. 필드만큼 냉혹한 현실이 또 있을까. 드라이버샷이 OB가 났다. 더구나 그 홀은 '더블'(내기를 할 때 두배를 주는 것)이 걸린 홀이다. 난 당연히 죽을 맛이다. 단번에 '2×얼마'가 자동적으로 계산된다. "이러다가 또 OB가 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하지만 동반자들은 즐거워도 너무 즐겁다. 최소한 '보험 처리'는 보장됐으니, 이보다 더 마음이 가벼울 수 있는가. 마음이 가벼우니 스윙도 가볍다. 동반자들의 드라이버샷은 쑥쑥 페어웨이를 가른다. 이제 지갑도 거의 다 털렸다. 다음 홀. 이번엔 아이언샷이 그린사이드 벙커에 빠졌다. 벙커! 아마추어 입장에서 벙커는 언제나 고약하다. 자칫하면 '풀썩'이고, '풀썩' 다음엔 홈런. 본인은 도대체 몇타나 쳤는지 계산이 안돼도 딴전 피우던 동반자들은 언제나 정확하게 계산한다.
이제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변한다. 나도 사람인데 어찌 열받지 않겠는가. 열받는 것은 둘째치고, 오늘을 위해 하루 전날 안하던 연습까지 했던 내 모습이 너무도 처량하다. 그렇다. 필드의 영원한 속성은 '반드시 패자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 팀 4명 중 최소한 한명은 언제나 패자일 수밖에 없다. 내가 아무리 잘 쳐도 동반자들이 더 잘 치면 내가 패자 아닌가. 반드시 패자가 존재하는 운동. 그 인정사정 없는 운동이 바로 골프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 냉혹한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최우선 출발점은 무엇보다 '상세 목표'를 갖고 샷을 하는 것이다. 페어웨이 벙커 오른쪽 10m 지점이라는 식의 '구체적 목표점'을 항상 정해야 한다. 벙커샷 역시 이왕이면 '다이렉트 홀인'을 목표로 하는 식이다.
인간의 능력은 너무도 위대해서 구체적으로 원하면 그에 근접하는 동작이 나타나게 돼 있다.
목표 없이, 그저 '잘 쳤으면 좋겠다'는 형태로 막연하게 치니까 스윙도 머리와 따로 놀고, 결과도 '되는 대로' 나타나는 것. 한번 돌이켜 보라. 퍼팅을 제외하고 당신이 '상세 목표'를 정하고 친 샷이 과연 몇번이나 있는가를. 지금부터라도 '상세 목표'를 갖고, 목표를 지향하면 당신은 반드시 승자가 될 것이다.
그 날의 '스코어 목표', 그 홀의 '타수 목표', 이번 샷의 '지점 목표'. 이런 형태의 상세 목표는 골프뿐 아니라 인생이나 사업에서도 적용될 것이다.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는 자, 그대가 승자다.
◇필자 약력=10여년간의 골프 전문기자를 하다 지금은 인터넷 골프사이트 '골프스카이닷컴(www.golf sky.com)' 대표로 있다. 『골프란 무엇인가』 『골프친구들』 『마인드 골프』 『타이거 우즈 스윙의 비밀』등 네권의 골프책도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