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후유증 수도권 '熱' 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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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마구잡이 개발로 몸살을 앓고있는 수도권 지역이 하나의 거대한 '열(熱)섬 지역'으로 변해가고 있다.

녹지보존 등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마구잡이 개발로 지표온도가 주변보다 높아지는 열섬 현상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열섬 현상은 외부로부터 공기 유입을 차단하기 때문에 수도권의 대기오염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울여대 도시기후센터 송영배(宋永培·환경생명과학부)교수가 인공위성 자료를 토대로 연구, 4일 한국조경학회에 발표한 논문('신도시 개발이 도시 열섬 형성에 미치는 영향')에서 밝혀진 내용들이다. 이 연구는 차세대 핵심 환경기술개발사업 과제의 하나로 지난해부터 환경부의 지원으로 진행돼 왔다.

연구에서 宋교수는 특히 분당신도시의 뚜렷한 열섬 현상, 판교신도시를 개발했을 때 서울의 대기오염에 미치는 악영향 등을 중점적으로 지적했다.

환경부는 이같은 연구 결과를 현재 진행 중인 환경영향평가제도 개선작업에 반영, 앞으로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와 신도시 개발 등에 적극 반영한다.

◇달궈지는 수도권=연구는 분당 신도시를 중심으로 서울 남부지역에 대한 미국의 상업 인공위성 '랜드셋'의 열적외선 측정 자료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1985∼99년 가로·세로 각 30m 크기로 분당지역 지표면 온도 분포를 조사한 宋교수는 "신도시 개발 후 열섬 현상이 뚜렷이 관찰되고 있다"고 밝혔다.

개발 이전인 85년 5월에는 대부분 지역의 지표면 온도가 21∼22도(평균 21.4도) 를 보였다. 특히 청계산·광교산 등 산림지역은 10도를 약간 웃돌았으며 25도 이상으로 높게 측정된 곳은 성남 시가지와 비행장 등 일부 지역뿐이었다. 그러나 개발이 끝난 99년 5월에는 대부분 지역이 24∼25도로 올라갔다. 평균 온도도 22.6도로 85년보다 1.2도 올랐다.

특히 분당신도시의 고층아파트 지역은 지표면 온도가 25.9∼32.6도로 평균온도에 비해 최고 10도나 높았다. 다만 녹지로 둘러싸인 분당 중앙공원은 19.3∼22.6도를 유지했다.

◇"대기오염 악화될 것"=宋교수 조사에서는 또 개발 전에는 하나로 연결돼 나타났던 청계산∼광교산 녹지축이 도로로 단절되면서 도시지역과의 온도차이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과천·안양·의왕지역의 도시개발과 확장으로 국지적인 열섬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宋교수는 "인공위성의 지표면 온도자료는 기상대의 기온자료와는 차이가 나지만 전체적인 추세를 살펴보는데 유용하다"며 "서울지역에 신선한 바람을 공급해 오염물질을 확산시켜주던 청계산·광교산 등 수도권 광역 녹지축이 판교신도시 개발 등으로 단절되면 수도권지역의 대기오염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정개발연구원 김운수(金雲洙)박사는 "앞으로 신도시를 계획할 때는 풍향·풍속을 감안해 오염물질 확산이 잘되도록 설계하고 녹지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서도 대책 강구=열섬 현상의 폐해는 외국에서도 이미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백년 동안 일본 대도시 지역은 연평균 기온이 2.5도나 높아졌다. 도쿄(東京)·교토(京都)·후쿠오카(福岡)·나고야(名古屋) 등의 시민들은 극심한 열섬 현상 때문에 지난 여름 30일 이상 계속된 열대야를 겪었다.

도쿄시 당국은 열섬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도심 건물 옥상에 정원을 설치하는 등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독일 남부 공업도시인 슈투트가르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도시 복구과정에서 열섬 현상에 대비한 도시계획을 한 곳이다.

도심 구릉지에서의 건축을 규제하고, 도시 중앙부에 폭 1백50m의 녹지를 만들어 도심 지표면 온도 상승을 완화시키면서 대기오염 문제도 해결하고 있다.

◇열섬(heat island)현상=대도시가 고립된 섬 모양으로 나타날 정도로 주변 지역과 뚜렷한 온도 차이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지표면이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덮이면서 곧바로 반사되는 태양에너지, 그리고 공장 가동과 자동차 운행 및 냉난방 등으로 배출되는 열이 크게 늘어나는 데다 숲이 줄고 고층 건물이 늘어나 외부 공기 순환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발생한다. 이 경우 도시 먼지 등 오염물질이 도시 상공에 머무르게 돼 '먼지 지붕 효과'(dust dome effect)를 일으켜 대기오염이 가중된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nvirepo@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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