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맹' 주도 은수미씨 서울대서 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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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남한 사회주의 노동자 동맹(사노맹)' 사건으로 6년을 복역하는 등 1980년대 노동운동을 주도했던 은수미(41)씨가 대학에 입학한 지 20년 만에 모교인 서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게 된다.

80년대 말 박노해.백태웅씨 등과 함께 사노맹을 결성했던 은씨의 박사 학위 논문은 '한국 노동운동의 정치세력화 유형 연구'. 자신이 20여년 몸 담았던 노동운동 및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사회학적인 분석이다.

서울대 사회학과 82학번인 은씨는 2학년이던 83년 시위를 벌이다 제적된 다음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92년 사노맹 사건으로 구속된 은씨는 실형을 선고받고 강릉교도소에서 복역했다.

97년 출소한 은씨는 노동현장이 아니라 학교로 돌아왔다. 복역할 때 계속 독방 생활을 했던 은씨는 복학 뒤에도 밀실공포증과 고소공포증 등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렸으나 우여곡절 끝에 98년 학부를 졸업했고 99년 석사과정에, 2001년에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99년에는 대학 1학년 때부터 친구였던 대학 동기와 뒤늦은 결혼식도 올렸다.

은씨는 "내게 80년대는 역사가 아닌 현재의 무게로 남아있었는데 논문을 쓰면서 이를 씻어낸 느낌이다. 지난 20년의 인생을 판갈이하고, 무언가로부터 놓여난 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석.박사과정 6년 동안 다시 단단해진 것 같다"는 말도 했다.

은씨는 한국 노동운동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청사진이 필요하며, 민주노동당도 정책적 이념정당으로 거듭 태어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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