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 시장 물 흐리는 '아줌마 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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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떴다방(이동식중개업자) 등이 주부 투자자를 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뒤 수익을 배분하는 이른바 '아줌마 펀드'가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은 떼지어 몰려다니며 치고 빠지는 수법으로 투기를 조장, 시장질서를 흐려놓고 있다.

투자대상도 주상복합아파트, 재개발.재건축 지분은 물론 수도권 비(非)투기과열지구 내 아파트 분양권까지 손길을 뻗치고 있다.

경기도 평택시에 사는 주부 金모(32)씨는 지난달 초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으로부터 '5백만원만 내면 1천만원으로 불려주겠다'는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1순위 청약통장으로 안성시에서 분양하는 S아파트에 청약하면 분양권을 팔아 5백만원을 벌어주겠다는 것이었다.

金씨는 위험한 것 같아 포기했지만 다른 이웃이 보름이 채 안돼 5백만원을 챙기자 속이 쓰렸다. 그는 "우리 아파트에 1순위 통장을 가진 주부 상당수가 이 제안을 받고 청약한 것으로 안다"며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곳이 아니어서 분양권 전매가 자유롭다는 점을 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도봉구 창동의 주부 朴모(59)씨도 최근 동네에서 분양한 I아파트에 청약하면 분양권을 팔아 5백만원을 챙겨주겠다는 한 중개업소의 전화를 받았다. 朴씨는 자신은 통장이 없어 다른 사람을 소개해 주고 1인당 10만~20만원의 소개비를 받았다.

아줌마 펀드는 주로 아파트 부녀회나 통장.반장 등을 공략, 소문을 내 투자자를 끌어 모은다. 거래가 되면 법정 중개수수료는 무시한 채 수익의 10~50%를 받아내고 영수증 등의 근거를 남기지 않는다.

서울 강남에선 주로 도곡.대치동 등지에서 잔뼈가 굵은 중개업소들이 펀드를 만들어 주상복합아파트 등을 집중 매입한다. 지난달 초 서울 잠실에서 나온 L주상복합아파트에 뭉칫돈이 몰린 것도 이들의 영향력이 적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북 투자자들은 주로 마포.용산.성동구 등지의 재개발 지분을 노린다. B컨설팅사 대표는 "구역 지정 전에 미리 정보를 빼낸 중개업소들이 5~10여명씩 끌어들여 투자를 한다"며 "투자금은 5천만원 정도가 가장 많다"고 전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는 "이들이 만든 거품 때문에 선의의 소비자만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seom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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