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下) 4대 이슈 대결:[D-16"상대 급소 노려라" 물고 물리는 공방]보수 對 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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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번 대선의 핵심 이슈 가운데 하나가 '보수-진보 대결'이라는 주장에 거부감을 표시한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는 지난달 25일 "진보 대 보수의 싸움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李후보는 "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 쪽에도 극히 보수적이고 반진보적인 사람이 있으며 우리 쪽도 합리적인 진보가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盧후보도 같은 날 "민주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며 나도 진보노선으로 가려 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양당은 한쪽편으로 쏠리는 인상을 줬다간 중도계층을 뺏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선거전에선 상대방을 '극단'으로 몰아붙이며 최대한의 실리 챙기기에 열심이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盧후보에게 '급진적이고 위험한 진보'의 색깔이 덧칠해지도록 총력을 쏟고 있다. 이를 통해 안정 희구층의 표를 독식하겠다는 전략이다. 김영일(金榮馹)총장은 지난달 26일 "盧후보는 과격한 성격과 급진적 이념으로 인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아온 불안한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李후보도 지난 1일 부산 유세에서 "원숙하고 경험 있는 운전기사가 운전하는 차에 탈 것인지, 불안하고 급진적이고 앞뒤를 예측할 수 없는 차를 탈 것인지는 부산시민의 선택에 달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한나라당을 수구(守舊)세력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동시에 자신들은 진보가 아닌 자유주의 정당임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구체적인 공약들을 내세운다. 한나라당이 盧후보를 공격하는 주재료인 ▶미군철수▶보안법 폐지▶재벌해체 발언 등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盧후보의 정책은 통일 후에도 동북아 균형을 위해 미군 주둔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보안법도 단순한 폐지가 아니라 대체입법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고 지적한다.

재벌해체 발언도 과거 재벌이 독점적 지위를 통해 시장을 교란하는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뜻일 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상수(李相洙)선대위 총무본부장은 "진정한 의미의 보수-진보 대결은 이회창-권영길(權永吉) 대결"이라며 "한나라당의 보·혁 공세는 매카시즘"이라고 비난했다.

남정호 기자

namjh@joongang.co.kr

대선은 말의 잔치다. 후보는 물론 지원유세에 나온 연사, 지구당위원장, 일반 선거운동원까지 엄청난 주장을 쏟아낸다. 그러나 일반 대중이 이같은 말 가운데 기억에 담아두는 것은 많지 않다. 집중해 들을 수 있는 최대시간이 18분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결국 짤막한 '키워드(key word)'만 남는다. 후보 입장에선 어떤 '한마디'를 표심(票心)에 각인시키느냐가 승패의 관건인 셈이다. 1992년엔 '문민정부', 97년엔 '정권교체'가 이 '한마디'였다.

이번 대선의 경우 한나라당은 '부패정권 심판'과 '보수-진보 대결'주장을 들고 나왔다. 민주당은 '낡은 정치 청산''세대교체'로 대세를 잡아나가려 한다. 양당의 선거전략도 대부분 이 틀 안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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