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민 연봉 백지위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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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 프로 선수의 억대(1억1천만원) 연봉시대를 열었던 정선민(신세계·사진)이 올 연봉 협상에서는 백기를 들었다. 미국 진출을 위해서다.

정선민은 1일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 가는 꿈을 이루기 위해 돈에 연연하고 싶지 않다. 구단에서 주는대로 받겠다. 연봉 삭감도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구단측과 연봉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했던 정선민은 오는 10일로 마감되는 연봉협상 기간도 모를 정도로 아예 관심조차 없었다.

정선민은 내년 1월 개막하는 겨울리그에서는 신세계를 위해 뛴 후 미국으로 건너갈 계획이다. 구단도 "본인 의지에 맡긴다"는 입장이어서 WNBA 진출에 큰 걸림돌은 없어 보인다.

농구의 본토 미국에 진출해도 실제 연봉은 올해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팀을 떠나 있는 동안 신세계는 그 기간에 해당하는 연봉을 지급하지 않는다.

미국 내에서 별 인기가 없는 WNBA의 평균연봉은 NBA의 40분의1에 불과해 정선민이 미국에서 받을 돈도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1년 후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여성 억대 시대를 열었던 정선민이 놀랄 만한 대박을 터뜨린다는 분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내년 정선민이 자유계약선수가 되고 미국에서 맹활약해 몸값을 부쩍 올린다는 시나리오다.

WNBA에는 정선민처럼 중간거리에서 정확한 슈팅을 던지는 선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정선민 같은 스타일의 선수를 막을 선수도 변변치 않다. 박인규 삼성 감독은 "정선민이 WNBA 득점 상위 랭커가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자유계약선수로 풀리기 전에 신세계가 올해 정선민을 다년계약으로 묶어 놓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역시 정선민이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기회다.

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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