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 9·11 진상委 의장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미국의 헨리 키신저(79·사진) 전 국무장관이 9·11 특별진상조사위원회 의장으로 27일 임명됐다.

18개월간 한시적으로 활동하는 이 위원회는 의회나 행정부 내 협의체 성격을 지닌 다른 위원회(Committee)와 달리 법적으로 권한과 기능이 명시된 범정부 위원회(Commission) 성격으로 출범하며, 9·11 테러의 정확한 진상과 예방 실패 이유 등을 밝히게 된다.

조사 대상에는 국방부·중앙정보국(CIA)·연방수사국(FBI)은 물론 대통령·부통령까지 포함되며, 어떤 기구도 안보문제와 내부 보안 등을 이유로 조사를 거부할 수 없다.

키신저의 임명에 대해 미 언론은 그가 군경력이 있고 리처드 닉슨 대통령 시절인 1969년부터 국가안보보좌관·국무장관 등을 지내 안보·외교의 핵심을 꿰뚫고 있는데다 CIA 등 각종 정보기관을 제압하며 조사를 제대로 이끌 수 있는 거물이라고 평가했다.

키신저는 "이번 조사는 정치적 이해관계나 국제외교 차원의 고려 없이 순수하게 9·11 테러 자체에 초점을 맞춰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계 유대인 출신인 키신저는 1938년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미·중 국교 수립과 월남전 종식에 관여,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등 20세기 미국 외교사에 큰 자취를 남긴 인물이다.

joonlee@joongang. co. 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