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현재 판세 보여주는 척도 당선 가능성은 보조적 기준일 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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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볼 때마다 헷갈린다'는 독자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이회창-노무현 두 후보의 단순지지율과 당선가능성을 동시에 발표하면서부터다. 도대체 어느 것을 믿어야 하느냐는 질문이다.

최근 조사는 盧후보의 지지율이 李후보를 앞서지만 당선 가능성이 李후보가 두 배 가량 높게 나오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3,4월 노풍(盧風·노무현 지지 바람)이 불던 때의 조사에서도 이런 현상이 있었다. 4월 초 노풍이 한창 불 때는 盧후보의 지지율이 10%포인트 이상 앞섰으나 당선 가능성은 절반 정도였다. 그러나 노풍이 한 달 이상 지속된 4월 말에는 盧후보 당선 가능성이 李후보를 앞질렀다. 당선 가능성은 시차를 두고 지지율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지지율은 '만약 오늘이 투표일이라면 그렇게 찍겠다'는 의견에 가깝다. 따라서 현재의 판세 그 자체를 보여준다. 반면 당선 가능성은 과거와 미래의 수많은 변수들을 고려한 응답이다.

李후보의 당선 가능성 수치는 왜 높을까. 무엇보다 응답자들이 노풍·정풍(鄭風) 등을 보면서 이 수치가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李·盧 양자대결에서 盧후보가 8%포인트 정도 뒤지다가 겨우 열흘 정도 만에 8%포인트 앞섰다. 이처럼 짧은 기간에 민심이 크게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식한 것이다.

두 가지 중 어느 것이 중요한가에 대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견해는 일치한다. 단순지지율 쪽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당선 가능성은 판세를 분석하는 보조적 기준에 불과하다고 본다.

외국 여론조사에서는 당선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거의 없다. 본지도 최근 한두 번 조사 외에는 이 질문의 사용을 가능한 자제해 왔다.

안부근 여론조사전문위원

keun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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