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핑퐁커플 또 탄생한다 김승환, 홍콩대표 궈팡팡 내년초 결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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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후반 장안을 떠들썩하게 했던 안재형-자오즈민 커플에 이어 제2의 '한·중 핑퐁 커플'이 탄생한다.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된 주인공은 한국 국가상비군인 김승환(24·포스데이타)과 중국 출신의 홍콩 국가대표 궈팡팡(郭芳芳·22). 이미 양가 부모의 허락을 얻은 두 선수는 내년 초 화촉을 밝히고 서울에 신혼살림을 차릴 계획이다.

두 선수가 처음 만난 것은 2000년 7월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열린 베트남 오픈. 당시 국군체육부대(상무) 소속이었던 김승환은 홍콩 대표로 출전한 궈팡팡에게 첫눈에 반했고, 궈팡팡의 동료인 장쉐링의 소개로 친구 사이가 됐다.

김승환은 이후 독학으로 중국어를 공부해 e-메일과 휴대전화로 궈팡팡과 꾸준히 소식을 주고받았고, 지난해 9월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오픈에서 다시 만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교제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6월 양가 부모가 홍콩에서 만나 이들을 정식으로 짝지어주기로 했다. 그러나 결혼을 앞둔 김·궈 커플의 앞날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궈팡팡은 결혼 뒤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계속 하고싶어 하지만 국적 취득 요건이 까다로워진 데다 실업팀에서 뛸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선수의 어머니인 박형순씨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출입국관리소와 탁구협회를 분주히 오가고 있지만 명쾌한 답을 얻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난징 출신인 궈팡팡은 98년 11월 홍콩으로 국적을 옮긴 뒤 국제대회에서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는 다크호스다. 세계랭킹은 60위권. 지난 9월 강릉에서 열린 코리아오픈 단식 32강에선 한국 여자탁구의 간판인 김무교(대한항공)를 4-0으로 완파했고, 부산 아시안게임에도 홍콩 국가대표로 복식과 단체전에 출전했다.

김승환은 동아증권 소속이던 97년 탁구최강전 단식과 단체전 정상에 오르며 한국 남자탁구의 기대주로 꼽혔으나 팀 해체의 아픔을 겪으면서 한때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김승환은 "결혼 후에도 둘다 선수 생활을 계속하기로 약속했다. 합숙훈련을 해야 한다면 주말부부로 지낼 각오도 돼있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궈팡팡이 국내에서 선수생활을 하면서 장차 태극마크까지 달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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