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다운 선거 해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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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늘 12·19 대선 후보 등록 신청과 함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투쟁과 술수, 지역감정과 구태로 상징되는 3金 정치 청산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대선까지 남은 22일은 상생·화합의 정치가 뿌리내릴 수 있느냐를 가름하는 중차대한 기간이라 할 수 있다.

'역사적'이란 수식어가 결코 과장이 아닌 이 시점에서 선거의 주도적 행위자로서 각 후보와 정당은 소명감을 갖고 선거운동에 임해야 한다. 또 다시 욕설과 비방, 검은 돈으로 선거판을 얼룩지게 해서는 곤란하다. 지역감정·이념대립이나 부추겨 갈등이 만연케 해선 안된다. 이같은 당위를 거슬렀던 지난 정권의 잘못된 정치적 유산을 이번 기회에 청산한다는 비장한 각오가 후보들에게 필요하다. 당당한 정책대결로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상대의 축복과 지원 다짐 속에 새 정부가 출범할 수 있는 기초로서의 선거가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어제까지의 우리 정치 상황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헐뜯기·흠집내기가 1년 넘게 지속됐다. 입만 열면 근거도 확실치 않은 해묵은 얘기를 들춰내 상처를 입히기에 열중했다. 말로는 지역감정 해소, 세대·이념 대립 극복을 외치면서 선거 전략의 기본은 지난 구태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정책은 표얻기에 짜맞춰졌고 베끼기도 서슴지 않았다. 하나같이 정치개혁을 말했으나 스스로의 처신에는 개혁 대상감이 허다했다. 이길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인들 못하랴는 3金식 낡은 정치를 답습했다. 그런 가운데 선거의 기본인 현정권 심판이란 요소는 실종된 느낌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 간의 양강구도로 전개되는 선거는 더욱 거칠고 살벌한 것이 될지도 모른다. 벌써부터 盧후보에 대한 호남의 지지가 80%를 넘는다는 등 지역감정 고질병이 번지고 있다. 정치권의 각성을 거듭 촉구한다. 선거주체로서 유권자는 물론 눈을 부릅뜨고 나서야 한다. 이번의 정치혁명 호기를 잃는다면 더한 불행은 없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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