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의 2인자는 한국 입양인”… 프랑스 언론, 플라세 집중 조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프랑스의 수도권인 일드프랑스 지역의 교통 문제를 관장하는 장 뱅상 플라세(42·사진)가 현지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한국인 입양아 출신인 데다 소수당인 녹색당 소속의 정치인으로는 드물게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녹색당의 2인자 자리인 사무부총장을 맡고 있는 플라세는 2005년 일드프랑스 의회 의원이 됐다. 지난 3월에는 의회의 부의장직에 올라 교통과 이주 문제를 책임지고 있다.

일간지 르피가로는 13일(현지시간) ‘한국계 프랑스인의 운명’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그의 인생역정을 보도했다. 그는 신문에서 “프랑스행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한국에서 찬물에 세수하는 공동생활 공간에서 살았다는 기억만 가지고 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1975년 프랑스 가정에 입양됐을 때 일곱 살이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프랑스 공항에 내렸을 때 프랑스어를 전혀 못해 자신을 데려간 사람만 따라다녔다”고 말했다.

플라세는 프랑스 북부의 노르망디 지역의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다. 양부는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 보수 성향의 지방 유지였다. 입양됐을 때 옷 몇 벌과 성경 한 권이 든 가방이 전부였던 플라세는 자신을 포함해 4남매와 함께 어려움 없이 성장했다. 양부모는 그가 한국어를 잊어가자 한국인 보모를 들이기도 했다. 그는 “한국인 보모가 나를 다시 한국으로 데려가는 사람인 줄 알고 방으로 들어가 숨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회계사가 됐으며, 93년 좌익급진당(PRG) 정치인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해 2001년 녹색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플라세는 르피가로에 “어렸을 때부터 역사책을 보면서 정치에 대한 관심을 키웠고, 추기경이나 장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의 사랑과 나의 과거 등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년 9월 실시되는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할 계획이며, 정부의 예산 담당 장관직을 희망하고 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