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공 잡자” 잠자리채 등장…콧대 높은 미·일서도 신속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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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프로야구에 홈런 열풍이 7년 만에 다시 불었다.

롯데 이대호(28)의 홈런공을 잡기 위해 잠자리채가 등장했다. 홈런공을 주운 팬은 경매를 통해 이를 팔겠다고 나섰다. 홈런 기록에 프로야구 전체가 이토록 떠들썩한 것은 2003년 삼성 이승엽(현 일본 요미우리)이 한 시즌 아시아 홈런 신기록(56홈런)을 세울 때 이후 처음이다. 특급 투수 류현진(한화)과 김광현(SK)만 알았던 미·일 야구 관계자들도 이번 기록을 통해 이대호를 또렷하게 기억하게 됐다.

롯데 이대호의 9경기 연속 홈런 소식을 전한 15일 미국 프로야구 홈페이지(MLB.com).

14일과 15일 광주구장에는 잠자리채를 든 팬이 등장했다. 2003년 이승엽 홈런공을 잡으려 할 때처럼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7년 만에 다시 보는 풍경이었다. 이대호의 홈런이 갖는 가치를 눈치챈 것이다.

이대호는 14일 KIA전에서 8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 오 사다하루 등의 일본 기록(7경기 연속)을 넘어섰고, 15일 KIA전에선 켄 그리피 주니어 등의 미국 메이저리그 기록(8경기 연속)까지 깨뜨렸다.

롯데 구단은 사직구장 박물관에 기념공을 전시하기 위해 상품을 내걸었다. 7경기 연속 홈런공은 사이판 여행 상품권과, 8경기 연속 홈런공은 에어컨과 바꿔 기증받았다. 그러나 9경기 연속 홈런공을 잡은 광주팬 임모씨는 롯데가 주는 상품을 거부했다. 세계기록이 된 공인 만큼 경매에 내놓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야구공 최고 경매 낙찰가는 2003년 이승엽의 55호 홈런공으로 1억2500만원이었다. 메이저리그 최고가는 1998년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마크 맥과이어가 때린 시즌 70호 홈런 볼(270만 달러·약 30억원)이다.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은 “그리피의 8경기 경기 연속 홈런을 보고 다시는 못 볼 기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대호가 그를 넘어섰다. 정말 놀랍다”며 기뻐했다.

좀처럼 한국 기록을 인정하지 않는 미국과 일본 언론도 이대호의 홈런을 속보로 전했다. 일본 지지통신은 “이대호의 9경기 연속 홈런 기록은 메이저리그와 일본 기록을 뛰어넘은 세계 기록”이라고 명시했고, 미국 AP통신은 “한국의 슬러거 이대호가 9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 세계 기록을 수립했다”고 보도했다.

광주=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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