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무대 떠나는 오상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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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벤처 성공신화'로 뭇 젊은이들의 부러움을 사던 새롬기술 오상수(37·사진) 사장이 마침내 닷컴 무대에서 내려왔다.

오사장이 벤처신화에 도전한 것은 1993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사과정을 밟고 있을 때였다. KAIST 동기 5명과 새롬기술을 설립, 팩스맨·모뎀 등 통신부품과 PC통신 접속 프로그램인 새롬데이타맨을 잇따라 내놓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98년 새롬은 외환위기때 부도위기를 맞았다. 오사장은 이 위기를 영화배우이자 친구인 박중훈씨와 지인들의 도움으로 극복했다.

오사장을 일약 스타로 떠오르게 한 것은 99년 코스닥 등록 직후 불어닥친 벤처붐이었다. 당시 새롬 주가는 액면가의 6백40배인 32만원까지 치솟았다. 시가총액은 3조7천억원으로 불어 현대자동차와 맞먹었다.

그러나 거품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사장이 평소 "자식과도 같다"고 말해왔던 다이얼패드 사업은 돈을 거의 벌지 못하고 8백여억원의 자금만 축냈다. 또 무리하게 확장한 자회사들의 부실로 2천억원의 현금을 소득없이 날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11월 미국 다이얼패드 현지법인이 파산 위기를 맞자 오사장은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오사장의 도덕성이 결정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지난 7월. 다이얼패드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직전 오사장 가족들이 새롬기술 주식을 미리 판 사실이 밝혀졌다. 이 사건은 아직 검찰이 수사 중이다.

지난 6월 그는 새롬기술 사장에 복귀했다. 그러나 8월부터 사업동지였던 새롬벤처투자 홍기태 사장과의 경영권 다툼이 시작되면서 분식회계 사실이 내부자 고발로 밝혀져 결국 20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오사장은 한때 새롬의 주식지분에 대한 평가 차익만 3천억원에 달하는 재산가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새롬의 주가가 수직 하락한데다 다이얼패드 회생에 사재를 쏟아부어 지금은 새롬기술 지분 평가액 1백10억여원이 재산의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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